윤, 11년 만에 시정연설 불참…예산국회 시작부터 '꽁꽁'
명태균 통화녹음 공개로 야 공세↑…하야·탄핵까지 언급돼
예산심사 '김건희 예산·이재명 예산' 두고 여야 대결 전망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677조 4000억 원 규모의 2025년도 '예산국회'가 오는 4일 시작부터 냉기가 흐르게 될 전망이다. 국회 예산안 심사는 이날 시정연설로 시작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 대신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할 전망이다. 11년 만의 총리 대독 연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여야 대치 상황 속에서도 매년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해왔다.
이번 시정연설 불참은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간 통화녹음이 공개된 뒤 야당의 압박 수위가 더 올라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여야의 극한 대결을 이유로 지난 9월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야당은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의 하야 혹은 탄핵소추를 언급하고 나섰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언 대회'을 열며 당 차원에서 탄핵을 추동하고 있다. 조만간 탄핵소추안도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조심스럽던 민주당 지도부도 전날 서울역 앞에서 진행한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 "윤석열 정권 침몰", "윤 대통령 이제 그만 내려와라"이라고 말하며 하야·탄핵을 시사했다.
이번 예산국회에도 여야 간 힘겨루기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산된다. 오는 7~8일 진행되는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정책질의에서 국민의힘은 정부의 긴축 기조가 재정건정성을 위한 것이라고 두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의 부자감세를 비판하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건희표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이란 꼬리표가 붙은 예산의 증액-감액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역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 정책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보고 민주당의 증액을 막아낸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7900억 원 규모의 마음건강 지원사업, 3500억 원 규모의 개 식용 종식 사업 관련 예산을 김 여사표 예산으로 보고 삭감 대상 목록에 올렸다. 민주당 등 야당은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방송통신위원회 운영 예산도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종합정책질의에 이어 11~12일에는 경제부처 부별 심사, 13~14일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된다. 18일부터 예산의 증·감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가동하고 29일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도 예산안 국회 본회의 법정 처리 시한은 다음 달 2일이지만 여야 간 대치가 극심해 시한 내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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