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탄핵 트라우마 고민…대통령 해고통지 '임기단축 개헌' 제기

야권 일부, 윤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헌법 개정 추진 "해고 통지해야"
윤·명태균 통화 녹음 공개 후 공세 퍼붓는 민주, 개헌은 '아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음이 공개된 후 야권은 '개헌연대'를 출범하고 윤석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을 위한 개헌 카드를 꺼냈다. 역풍을 맞을 수 있는 탄핵 대신 개헌을 통해 윤 정권 조기 종식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1일 개헌연대 준비모임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칙과 현실을 고려한다면 임기 2년 단축 헌법 개정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마땅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없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해고 통지를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개헌연대 준비모임에는 장경태·민형배·문정복·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부칙 개정을 통해 윤 대통령의 임기만 2년 단축하겠다며 기존 탄핵제도를 활용하지 않으나 실제 탄핵의 효과를 내는 일종의 '연성 탄핵'이라고 덧붙였다.

헌법 개정의 경우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발의→국회 의결(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국회 의결 과정에서 정족수 200석을 채우기 위해 여권과의 협상 및 참여를 끌어내야 하고 국민투표를 거치는 만큼 국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여야 모두 노무현·박근혜 탄핵 추진이라는 트라우마가 있기에 임기 단축 개헌이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시민사회계 원로들이 모인 '전국비상시국회의'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따라 지금 추진되는 개헌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중심으로 헌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과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담고,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한다는 규정을 부칙에 넣으면 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 차원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논의한 건 없다"면서도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한다면 이르면 내년 5월 대통령 임기가 끝난다. 탄핵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탄핵과 달리 개헌은 국민 투표를 해 국민이 직접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야권 입장에서는 탄핵을 추진하다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는 사태를 방지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현재 헌재가 보수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개헌연대 준비모임은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며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개헌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전날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음을 공개한 후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중단을 위한 움직임은 본격화했지만 조국혁신당처럼 지도부가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에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탄핵은 입에 올리는 순간 프레임에 걸린다. 아마 책임 있는 당직자로부터 탄핵 얘기를 듣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일부 야권 의원들의 임기 단축 개헌 추진에 대해 "개별 헌법기관인 개별 의원들의 의견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한편 민주당은 2일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공세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집회 분위기를 살핀 후 본격적인 탄핵 추진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규모 장외 집회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국민적 동의와 언론의 상황, 집회에 나오는 시민들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녹취록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이 공개되고 있다. 2024.10.3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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