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방지법' 국힘 토론회서 전문가 반발…"엉뚱한 곳 폭탄"(종합)

"강력한 규제가 조사 환경 악화…활발한 R&D 경쟁 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여론조사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2024.10.3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31일 연 토론회에서 불법 여론조사 기관을 영구 퇴출하는 내용의 '명태균 방지법'이 과도한 규제로 여론조사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여의도연구원이 당사에서 개최한 '여론조사,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여론조사가 정치 브로커나 야심가들의 놀이터나 영업장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가 언급한 '정치 브로커'는 명태균 씨를 의미하는 것으로, 명 씨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에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하는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받았단 의혹을 받고 있다.

발제를 맡은 박정훈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명태균 방지법'의 내용을 소개하며 "왜곡된 여론조사는 불법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자 하는 의도이기 때문에 명확한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명태균 방지법은 여론조사 기관 등록 취소 사유를 '선거 여론조사 관련 범죄'에서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확대해 이를 어긴 불법 여론조사 기관을 퇴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명태균 방지법이 전문가들의 자유로운 R&D 경쟁을 방해할 수 있고, 불법 여론조사 기관들은 국가의 규제 없이도 시장 경쟁을 통해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장은 "강력한 규제가 지금보다 조사 환경을 좀 더 악화시키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규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여기 있는 전문가들이 좀 더 몸을 사리고 활발한 R&D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명태균 방지법에 대해 "미등록 업체는 선거 여론 조사를 하면 불법이라는 게 전제된 거냐, 미공표하는 자료도 무조건 등록을 해야한다고 전제하는 거냐"며 "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것을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것이 가능한지, 바람직한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여론) 왜곡이라는 개념을 확대해서 기계적으로 모집단을 대표하는 표본만 (인정)하고 그 속에서 좋은 의미에서 MSG를 첨가하는 것도 왜곡이라 본다면 너무 경직된 것이고, 오히려 더 틀린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동균 케이스탯리서치 전무도 "최근 명태균 사태를 보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많이 낮아지고 있지만, 이런 조사들은 우리가 규제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그런 분류에는 들어와 있지 않은 완전히 이상한 영역"이라며 "근데 우리는 지금 그 영역에 들어와 있지 않은 이슈들 때문에 오히려 그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규제받게 되는 논의를 하는 것도 슬픈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하 전무는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여론조사들은) 어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충분히 도태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규제를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건 오히려 시간 낭비"라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규제 대상과 왜곡의 대상을 어디까지 볼 것이냐는 부분이 제대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폭탄이 날아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고태영 입소스코리아 그룹장은 "법안이 발의된 배경인 명태균 사건 등은 당연히 처벌해야 하고 의도적인 조작과 그 사람의 일탈로 인해서 벌어지는 범죄 행위는 규제해야 한다.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왜곡하면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고 처벌은 징역으로만 할 수 있고 한 번 걸리면 퇴출된다고 했을 때 언론사나 여론조사를 설계하는 업체 입장에선 상당히 보수적 입장에서 여론조사를 대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토론 중 "이건 여론조사와 관련된 조작 등 범죄적 행위가 선거 자체를 뒤흔드는 행위 자체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진 토론"이라며 "규제를 하겠다는 것에 대한 기본적 반감을 갖고 이 토론을 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