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나라 형편 걱정, 이재명 역할 커"…이 "한동훈 자주 봤으면"

1시간40분 오찬…윤 "대통령 리더십 저렇게 흔들려서야"
이 "국정 운영 안정돼야…감정적 싸우지 말고 이성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임윤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보수 진영 책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나 여야 갈등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현재 대치 정국은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럴 때일 수록 여야가 만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낮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윤 전 장관을 만나 1시간 40분가량 오찬을 가졌다. 배석자 없이 독대한 양측은 식사 전 언론에 공개된 자리에서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등 환담을 나눴다.

윤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나라 형편이 저 같은 사람도 걱정"이라며 "국제 정세나 국내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하고 힘들어지는 것 같은데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저렇게 흔들려서야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민적 역량을 다 모아도 쉽게 지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 같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저렇게 낮으니까"라며 "국정 최고 책임자가 저러면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안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뭐니뭐니해도 국민적 지지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일 것 같다"면서도 "배포가 큰 양반이라 그런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저희도 국가가 워낙 불안정해지니까 (걱정된다)"며 "그게 국민들의 삶에도 악영향이 너무 크고 정국이나 국정 운영이 좀 안정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윤 전 장관은 "민생이 국정의 기본인데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가 그렇게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이 대표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다수당을 이끄는 책임이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을 갖으며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윤 전 장관은 최근의 대치 정국에 대해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으로서 할 역할이 제한적이라 대통령이나 여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며 "같이 힘을 합쳐 뭘 해보자는 모습은 별로 안 보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은 여야가 책임이 있고 힘을 합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 여야는 적대적 관계가 돼 버렸다. 그나마 작은 나라가 분열돼서 역량을 모으질 못하니까 정말 딱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가 제일 답답한 게 (그것이다.) 정치인들은 싸우다가도 다시 화해하고 만나야 한다. 싸우더라도 감정적으로 싸우면 안 된다"며 "지금은 정치인들이 진짜 서로 미워한다. 감정적 적대감이 있다.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개된 자리에선 부딪히더라도 그렇지 않은 곳에선 인간적인 얘기들도 하고 서로 상처주지 않아야 하는데, 공적인 자리 외에는 만남도 없고 적대적 감정이 있어 회복이 안 된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얘기를 해야 한다. 길이 없어보여도 얘기하다보면 길이 생기고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이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된 분들이 권력을 잡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그건 제가 뭐라고 하기가 좀 그렇다"며 웃었다. 윤 전 장관이 "소수 여당이 다수당과 대화를 안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이 대표는 "그럼 길을 좀 열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오찬을 갖고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윤 전 장관은 비공개 식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종횡무진이었다. 아주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냐는 질문에는 "저는 김건희라는 이름을 입에 올린 일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 대표는) 정치 현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제 의견을 물어보신 게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나이 먹은 사람이 특별한 의견이 뭐 있겠나"라며 "제가 조언할 만한 위치는 아니었다"고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식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장관이 주문한 역할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오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민주당이 방탄을 위해 헌정 파괴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한 대표가) 어떤 감정을 갖고 있든 지금 나라 상황이 너무 어렵다"며 "경제 상황이 어렵고 국민들이 적대적으로 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그럴 때일 수록 만나야 한다. 만나서 문제를 다 드러내놓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피할 일이 아니다. 한 대표님이 어렵겠지만 자주 보시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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