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공백 열흘 넘어…거야 민주 '2인 추천' 강행 의지

국힘 "관례대로" 민주 "의석수 비례"…이견 못 좁히고 교착
민주, 정계선·김성주 판사 추천 계획…국힘 "1명은 추후에"

사진은 20일 헌법재판소 모습. 2024.9.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박기현 기자 = 여야가 국회 선출 몫인 후임 헌법재판관 후보 인선을 놓고 날 선 대립을 이어가며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기능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후임자 선출은 다음 달로 미뤄질 전망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7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종석 헌법재판관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후임자 추천권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인은 국회가 지명하게 되어있으나, 선출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따라서 다당제 구조의 현 국회에서는 시기별 헌재 구성마다 누가 몇 명을 추천하느냐를 두고 샅바싸움이 있었다.

국민의힘은 오래된 관례대로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여야 합의로 1명을 추천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과반 의석의 민주당은 퇴임한 3명 중 2명을 선출하겠다는 입장이다. 1994년엔 다수당이 2명을 추천한 전례가 있다고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종석 헌재소장의 연임을, 민주당은 후보자 2명으로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김성주 광주고등법원 판사를 유력 검토하고 있다.

여야는 추천권 배분을 두고 접근을 이어갔지만 다시 멈춰선 상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나머지 1명의 추천에 관해 합의가 쉽지 않으면 우선 여야가 각 1명씩이라도 먼저 추천해 헌재를 정상화하자"고 제안했지만 합의 도출을 위한 가시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 이견이 조정되지 않으며 '6인 체제'가 된 헌재는 14일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도록 정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스스로 인용하는 등 고육지책을 내놓으며 '헌재 마비' 사태는 피했다. 그러나 재판관 공백이 길어지며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전날 "국민의 헌법재판 받을 권리가 충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구성이 조속히 완성되기를 바란다"며 국회에 후임 지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야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며 민주당은 최고위원회를 거쳐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정 원장과 김 판사를 추천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1월 중순이 될 것 같다"며 "여당과의 협의는 잘 안됐다"고 말했다. 다른 원내 관계자도 "11월 인사청문회를 거쳐 11월 말쯤 국회를 통과할 것 같다"며 "일정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야 합의점을 찾은 부분이 없다"며 "저희는 여야 1명씩하고 나머지 1명은 나중에 하더라도 추후 합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여야에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라고 할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은 28일 헌법재판관 공백 사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벌써 열흘 넘는 공백이 생기게 해서 안타깝다. 국민 여러분께 의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여야가 조속한 시일 내 후보자 논의를 착수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