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정국에 '북 파병' 새 전선…여야, 안보 이슈 선점 경쟁

이재명 "심문조 파견 제정신?"…한동훈 "북 아닌 당정 탓"
폭발력 큰 북한 안보 이슈…대치정국 환기 및 주도권 다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여야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북한을 일제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파병 철수를 촉구했다. 북한 행태 비판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그 원인 분석과 해결책, 정부 대응을 두고선 저마다 아전인수 식 해석으로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야당은 북한군 전쟁 포로를 심문하기 위한 국가정보원의 '심문조' 파견설을 계엄 예비 음모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강력 비판했다. 반면 여은 북한군 참전 책임론을 정부에 돌리는 야당 태도에 "정권 퇴진 공세"라고 맞선다. 심각한 안보 위협 사안마저 정쟁으로 몰고가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 전쟁 포로를 심문하기 위한 국가정보원의 '심문조' 파견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제정신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고문 기술을 전수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그런 오해를 꼭 받고 싶나. 우크라이나에 북한 말을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이 없나"라며 "왜 대한민국 공식 기관이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심문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냐. 제정신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쟁 참관단'의 파견 검토에 대해서도 "결코 해선 안 될 일"이라며 "일각에선 북한이 파병하는 것을 기화로 (한국 정부가) 한반도에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겨나고 있는데, 지금 하는 행동들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억측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정부에 대한 야당의 날선 비판에 국민의힘은 '정권 흔들기 의도를 가진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북한의 참전에 대한 관련한 여러 상황에 대해서 비판의 화살을 우리 정부와 국민의힘에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세계 각국과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의 위험한 도발이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 중"이라며 "그런데 야당은 그 책임을 대한민국 정부에 뒤집어씌우고 정권 퇴진 공세에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요인은 북한의 안보 위협이 국민적 관심 사안으로 폭발력이 크기 때문이다. 여여가 '북한군 파병'을 지렛대 삼아 대치 정국에서 조금이라도 더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여론전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 해소를 놓고 정부·여당을 '특검법·상설특검·장외투쟁'으로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개원 이후 계속해서 반복되는 '김 여사 공세'에 국민들이 정치적 피로감이 적지 않게 쌓인 상태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북한군 파병'을 두고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공세 변화를 줌으로써 대여 압박 카드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보수 층을 강하게 자극하는 안보 관련 이슈는 그동안 김 여사 의혹과 의료공백, 당정 갈등으로 떨어진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은 북한군 파병을 계기로 대북 제재 강화를 새롭게 주장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한 정부의 외교정책이 대외적 지지·성과를 낸다면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고 유엔의 대북제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강력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국가안보상황점검위원회도 전날(28일) 회의를 열고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철군 및 한반도 평화안정 촉구 결의안' 문안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발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