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놓고 면담, 검사 취조실이냐"…친한동훈계 "할만큼 했다" 부글

한동훈, 오전 일정 취소하고 '고심'…친한계 "용산, 안이한 인식"
한동훈 의전에도 '볼멘소리'…"공은 용산으로 갔으니 지켜봐야" 관망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이 '빈손 회동'으로 끝나자 친한계(친한동훈계)에선 "용산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면담 직후 친윤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한 것을 놓고도 "대통령실이 갈라치기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건희 여사 문제로 당정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고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급한 쪽은 대통령실 아니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친한계 "당정, 똘똘 뭉쳤더니 지지율 ↓…다른 방법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후폭풍이 여권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 대표는 면담 다음 날인 22일 오전 국회에서 박수영 의원실 등이 주최하는 연금 개혁 관련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전날 면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나자 '전열 정비'에 나섰단 해석이 제기됐다.

친한계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 관련 고강도 대책들을 요구한 한 대표에게 호응하지 않은 것은 "예상했다"면서도, "민심이 무섭지도 않냐"는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한 친한계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 대한 패싱을 자꾸 하려 드는 것 같다. 그래서 답답하다"며 "지금까지 (윤 대통령과) 똘똘 뭉치고 일체돼서 이렇게 당 지지율이 떨어졌으면 다른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정훈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한 대표가)그동안 언론에 이니셜로 보도가 돼 왔는데 10명 가까이 이름을 구체적으로 말씀하시고 그분들이 왜 문제인지도 설명하신 것 같다"며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것인데 라는 인식이 용산 내부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가 전날 면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직접 하지 않고 박정하 비서실장이 대신 브리핑을 한 것도, 성과 없는 면담에 대한 한 대표의 불만을 드러냈단 해석이 나왔다.

또 다른 친한계 핵심 의원은 뉴스1에 "원래는 한 대표가 직접 브리핑을 하려고 했었다"며 "한 대표가 '당 측 배석자가 따로 없으니 분위기나 내용을 전할 사람이 나뿐'이라고 까지 말씀하셨었는데, 전격적으로 브리핑 직접 안 하신 걸 보면 (좋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한동훈 자리 배치·사진 등 의전도 '불만'…尹·추경호 만찬 소식에 "갈라치기" 지적

대통령실이 공개한 면담 사진과 자리 배치 등 의전이 부적절했단 지적도 친한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두 사람의 회동은 상·하석이 따로 없는 원탁 테이블이 아니라 직사각형 모양 테이블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을 마주 보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 대표가 나란히 앉은 것을 두고 "검사실 구도 같다"는 것이다.

친한계 핵심 의원은 "대통령실이 왜 그런 사진을 올린지 모르겠다. 두 사람의 위치를 보여주겠다는 거냐"며 "(검사실에서) 윤 대통령이 수사 중이시고 한 대표는 수사를 받고, 정 실장은 변호사로 대동된 것 같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당대표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같이 앉힌다는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25분 정도 늦게 왔는데 대표를 그냥 밖에 세워놨다”며 “(사진도) 교장 선생님이 학생을 놓고 훈시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면담 직후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갈라치기"라는 평가다. 한 대표도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 친한계 텔레그램 단체방에 윤 대통령과 추 원내대표의 만찬 사실을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친한계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면담 후에 단체방에) 올린 거라고는 '윤한 면담 직후 대통령 만찬에 추경호 참석' 이거 하나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공은 용산으로 넘어갔으니 지켜보자"…친한계 "할만큼 했다" 분위기

친한계에선 일단 모든 공이 용산으로 넘어갔으니 지켜보잔 분위기다. 최근 당정 지지율이 동반 추락한 상황에서 한 대표가 정국 뇌관인 김 여사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요구는 다 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11월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총공세를 펼칠 예정이라, 민심 이반에 더 곤욕스러운 쪽은 당이 아니라 대통령실이란 반응도 나온다.

한 대표가 이달 말에 열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시금 김 여사 문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친한계 인사는 뉴스1에 "면담이 끝난 후 어제 밤에 친한계 텔레그램 방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가거나 하진 않았다"며 "우리는 일단 침묵하는 분위기다. 한 대표도 고심하는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말을 쏟아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은 대통령의 편이 아닌데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 앞으로 대통령이 더 힘든 상황이 올거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도 "일단 공은 용산에 가 있으니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