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분 만났지만 끝내 '빈손'…‘김건희 이슈’ 놓고 여야정 충돌 예고
한동훈, 윤석열에 '김건희 여사 이슈 해소' 요구했지만…대통령실 침묵
제2부속실·특별감찰관 등 한동훈 요구한 대안도 답변 無…친윤·친한 갈등 본격화 전망
- 박소은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한동훈 대표가 21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김건희 여사 이슈를 해소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대통령실이 화답하지 않았다. 김 여사 의혹이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독대 요청 한 달 만에 윤석열 대통령과 마주한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민심 악화와 쇄신 필요성을 전달했는데, 대통령실은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하나 되자'는 전혀 결이 다른 답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전부터 화두였던 제2부속실 설치·특별감찰관 임명 등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무언의 거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80분에 걸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나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재차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풀이되며 당내 계파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대통령실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오후 4시 54분부터 약 80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에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10여 분 동안 파인그라스 잔디밭을 산책하며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현양된 고 이재현 경장을 비롯한 4명의 경찰 영웅 이야기를 나눴다. 정 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 일부 참모들도 동행했다.
박정하 비서실장은 회담이 끝난 뒤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면담 결과를 브리핑하며 "오늘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 김건희 여사 이슈 해소와 밝힌 세 가지 방안, 여야의정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앞서 한 대표는 면담 전 윤 대통령에게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당초 한 대표는 면담 결과를 직접 브리핑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이후 해당 자리에 배석하지 않은 박 실장에게 설명을 맡긴 것이 미진한 회담 성과를 최대한 노출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한 대표의 요구에 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 실장은 윤 대통령의 반응에 대한 질문에 "배석하지 않아 전하지 못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에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만 배석을 했다. 양측은 별도의 합의문을 도출해 내지도 않았고 대통령실은 서면브리핑도 내지 않은 채 공식적으로 침묵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 면담은 결국 '빈손'으로 끝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아가 대통령실이 김 여사 관련한 쇄신 요구에 답을 내놓지 않은 것을 두고 추후 한 대표와 윤 대통령 간 정면 충돌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특히 대통령실의 약한 고리인 '김 여사'를 두고 야권이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내부에는 김대남·명태균 등 김 여사 주변인을 둘러싼 논란이 당정 지지율을 갉아먹었다는 불만이 쌓여온 상태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및 인적 쇄신 요구에 대통령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10·16 재보궐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불거진 점도 진앙으로 꼽는다.
앞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친한계가 김 여사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키우자, 친윤(친윤석열)계도 "김건희 여사는 피해자"라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김 여사 리스크 관련 계파 간 입장차가 가시화되고 있던 셈이다.
한 대표의 공식적인 대안 요구에 대통령실이 사실상 침묵하며, 이번 회담 이후 오히려 당내 계파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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