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재명 아닌 '친명태균' 된 민주…폭로의 신뢰성은 고민

김건희 '오빠' 카톡 맹폭했지만…유유히 말 바꾼 명태균
'양날의 검' 명태균 받아쓰기…"휘둘리지 않을 것" 특검 발의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정부법무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주장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2024.10.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 부부에 관한 명태균 씨의 연이은 폭로로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다만 폭로의 키를 명 씨가 오롯이 쥐고 있고 데다 신뢰성도 검증되지 않아 그의 발언에만 의존할 경우 당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최근 명 씨의 폭로를 활용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히 명 씨가 지난 15일 공개한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대통령실의 해명은 민주당 의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김원이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오빠를 오빠라 부르지 못하는 걸 보면서 한없이 부끄러웠다"고 했고, 윤준병 의원은 "철없고 무식한 오빠는 누굴까요. 투표해서 철들게 하자"고 비꼬았다.

민주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메신저 대화 내용은 단골 소재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지가 뭘 안다고"라는 김 여사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그대로 읽자 회의장에선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다만 야권 내에선 김 여사와 명 씨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지 못하고 명 씨의 입만 바라보며 '명태균 받아쓰기'를 하는 상황에 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명 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에서 김 여사가 '오빠'라고 칭한 인물에 대해 대통령실이 '친오빠'라고 해명하자, 민주당은 일제히 "국민을 바보로 아냐"며 윤 대통령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 씨는 '오빠'가 누구인지 애매한 태도를 취하다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친오빠라고 밝히며 "언론을 골탕 먹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친오빠라면 국정농단"이라며 친오빠일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명 씨의 폭로에 휘둘렸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친오빠라는 이번 명 씨의 설명을 포함해, 앞으로 그가 내놓을 수 있는 새로운 폭로도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공략하고 있는 김 여사의 '국정농단'을 드러낼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에 의존하다간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결국 강제 수사 권한으로 명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김 여사와 나눈 대화 내용을 확인하고, 국정농단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명 씨는 취재진에게 최근 '증거가 담긴 휴대전화를 땅에 묻었다'고 농담조로 이야기했지만, 명 씨가 실제로 관련 의혹을 입증할 증거를 인멸했거나 인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세 번째로 발의하며 명 씨 관련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추가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명태균의 입도 특검 대상"이라며 "명태균의 입에 휘둘리지 않고 지난 대선 과정과 그 이후 국정에 명 씨가 어떻게 개입했는지 낱낱이 밝히겠다"고 밝혔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