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도마에 오른 이복현의 '입'…"자중하겠다"(종합2보)

[국감현장]여야 "월권·직권남용" 질타…"검사 때도 말로 수사했나"
적극 방어도…"가계대출 추세 꺾지 않았으면 최근 한은 금리인하도 어려웠을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서민금융진흥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현 박동해 박승희 김도엽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의 '입'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핵심 감사 대상이 됐다. 이 원장의 과거 발언에 대해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월권·직권남용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쏟아지는 의원들의 공격에 이 원장은 미숙한 점에 대해 사과하겠다며 앞으로 자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금감원과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진영을 막론하고 이 원장의 언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이 원장에 대해 "원장님께서 최근 은행 대출 정책에 대해서 구두 개입을 여러 번 하신 바 있다"라며 "가계부채 총량 규제는 명시적으로 폐지된 상태인데도 정부 정책에 반하는 원장님들의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정부)경제팀 내 협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저희가 관련 메시지나 입장 발표하는 것"이라며 "정부 내 엇박자가 있다는 말씀은 좀 아니라고 답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금융정책이나 금융제도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 기관은 금융위원회"라면서 이 원장이 금융정책에 대해 발언이 너무 잦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 의원은 우리금융그룹의 보험사 인수합병과 관련해 이 원장이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에 대해 금감원과 소통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지도"라며 직권남용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권 의원은 이 원장에게 "검사를 할 때 말로 수사를 했나"라며 "자기가 금융위원장인 것처럼 말로 월권을 하고 있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에 이 원장은 "불편함을 드리거나 미숙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 말씀을 올리겠다"라면서도 "제가 발언하거나 입장을 취하는 내용들은 경제팀 내에서 합의가 된 내용이나 공감대가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시장이랑 직접 연결되다 보니 할 수 없이 이야기한 부분이 있다"라며 "과거 도를 넘은 부분이 있으면 제가 자중하겠다"고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서민금융진흥원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핵심기술 유출 우려와 관련 답변하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이 검사나 조사가 다 끝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중간 보도자료' 형식으로 사건을 흘리면서 '정치검찰식 언론 호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의원은 '2022년 외환 송금 사건'과 '태양광 대출 사건' 등을 언급하며 '금감원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과는 미흡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언급된 사건과 관련해 "수십명이 이미 기소된 상태고 1심에서 유죄가 나온 사람도 있다"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거나 다른 어떤 외부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은 약간 논리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원장이 다소 금융정책에 대해서 공격적인 개인 입장을 내는 것에 대해 '정치적 욕심' 때문이 아니냐는 물음도 나왔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요즘 여의도에서 세간에 원장님께서 '국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언론 플레이를 막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라며 "정치할 생각이 있나"고 물었다.

그러자 이 원장은 "제가 올해 세 번째 국감인데 국감마다 총선 출마하냐고 물어보시길래 계속 없다고 답변드렸다"라며 출마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제 좀 믿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계속되는 질타에 때때로 적극 방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금감원장 말로 금리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관치금융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는 유동수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당시 가계대출 추세를 꺾지 않았으면 최근 한국은행 금리 인하도 어려웠을 것",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나 가계대출 추세를 그때 안 꺾었으면 지금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원장은 "개입 방식 부분 등에서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은행권이 당시 가계대출 금리를 높인 것이 대출 규모를 줄이려는 의도보다는 이익이 늘어나는 추세에 편승한 부분이 있어 주담대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제팀 내 공감대가 있었던 부분이고 우연한 기회에 제가 그 역할을 하게 됐을 뿐"이라고도 부연했다.

이 원장은 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갑자기 두 달 연기된 것과 관련해 정부 내 압박이 있지 않았냐는 질의에 "금융당국이 결정한 것"이라며 "책임도 금융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 DSR 연기로 가계부채와 관련한 어려움을 드린 것에 대해서는 당국자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DSR 규제 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정책금융 등에 대해서 DSR을 당장 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