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호남 텃밭 지켰지만 거센 도전 직면…사법리스크 '고비'
[재보선] '미니 재보선'이지만 '월세살이' 한 달 살기' 제1·2 야당 총력전 펼쳐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제1·2 야당 대표의 '호남 쟁탈전' 승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10·16 곡성·영광 군수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하며 '조국 바람'을 잠재웠다. 그러나 거대 제1당인 민주당이 군소정당을 상대로 쉽지 않은 선거를 치른 점은 리더십의 위협 요인으로 남게 됐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곡성·영광 군수 재선거에서 곡성은 조상래 민주당 후보, 영광은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당초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을 뽑는 게 아닌 '미니 재보선'으로 여겨졌지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호남 월세살이'와 민주당 지도부의 '한 달 살기' 등 야권 지도부 모두 총력전을 펼치며 선거판이 커졌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열리는 첫 선거인 만큼 다가올 2026년 지방선거의 민심을 확인하고 '호남 민심'을 주도할 '바로미터'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혁신당·진보당 '야3당'이 각축전을 벌인 영광 군수 재선거는 진보진영의 호남 권력 지형을 재편할 시험대로 꼽혔다. 혁신당은 호남을 민주당 일당 독점 상태인 '고인물'로 규정하며 연일 견제구를 날렸고 진보당은 지역 민심을 훑으며 조용히 세력을 길러왔다.
이에 낙승을 점쳤던 민주당도 혁신당과 진보당의 추격에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며 맞대응했다. 이 대표는 영광을 4차례 찾았고,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내 삶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일 수 있다"며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 다른 진보 정당에 민주당의 텃밭을 내줄 경우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대표가 내달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빈틈을 내줄 경우 움츠러들었던 비명(비이재명)계가 기지개를 켤 수도 있다.
민주당이 텃밭인 호남에서 모두 승리하며 이 대표 체제는 큰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를 거치며 리더십이 더 견고해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다음달 1심 선고 결과에 따른 사법리스크를 불식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 입장에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거다. 혁신당의 경우 이번 선거 승리를 통해 비례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호남을 기반으로 삼아 입지를 확대하려 했지만 민주당에 패하며 세력 확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혁신당은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대통령 선거 출마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와 지방선거에 총력을 쏟아 성과를 낼 심산이었다.
하지만 서로를 '협력적 경쟁 관계'로 규정하고 우당(友黨)을 자처했던 혁신당과 민주당은 당직자 사퇴까지 요구하는 비방전으로 번지며 신경전을 벌였고 감정의 골이 생겨났다.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단일화 경선도 패한 혁신당은 이번 선거에서 큰 이득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불거진 양당의 불편한 관계는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지도부 의원은 "양당 대표 간에는 영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조직 간에, 물밑으로는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공천을 못 받은 분들에게 대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혁신당이 카드를 너무 일찍 뽑은 것 아닌가 싶다"며 "다만 금정구청장 단일화가 있어서 정치 지형상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번 재보궐 선거 이후 우당의 관계로만 지낼 수 없는 실질적인 경쟁 관계에 돌입해 있다"며 "민주당은 '반윤석열' 전선을 펼쳐야 하는데 균열을 내면 안 된다고 다른 야권 정당을 압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채 교수는 "여권의 텃밭인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 등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거나 근소한 차이로 지더라도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게 되면 대정부 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소수정당들에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권 심판을 추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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