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폭로' 흔들리는 여권…민주, 특검 '절호의 기회' 노려

연일 비판 이어가던 민주, 국감 집중 모드…"내용 지켜봐야" 신중
이번주 재보선·도이치 처분, 11월 이재명 선고·쌍특검법 재발의 촉각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와 주고 받았다는 문자를 15일 공개했다. (SNS 갈무리)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명태균 씨의 카카오톡 메시지 공개로 민주당의 대여 공세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민주당은 명 씨가 제기하는 의혹들을 주목하면서도 떠들석한 정치공세보다는 특검 실행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국정감사가 진행중인 만큼 명 씨의 발언에 일일이 의혹을 파고들기보다 국감에 집중하면서 김건희 여사·해병대원 특검 재발의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명태균 씨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 연일 폭로를 이어가는 가운데, 급기야 전날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했다. 국민의힘도 '이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명 씨는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나 여권 유력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고, 대선 경선이나 전당대회에서 판을 짜는 역할을 도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 공세는 하되 국감에 집중…정부·여당 내홍 예의주시

민주당 지도부는 명 씨의 녹취나 문자 내용을 언급하며 비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그동안 명 씨 폭로에 일일이 대응 않겠다던 대통령실이 김 여사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 김 여사가 실질적인 통치자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론조사 조작 부분, 그리고 선거에 개입돼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법적 영역까지 넘어가는 것이자 국정농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차원에서 이 문제 관련 제보를 받는다거나 직접 기구를 꾸려 조사에 나서는 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지난 7일 '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 심판본부'를 구성하고 김 여사 특검과 국정조사 채비에 나선 정도에서 추가 대응은 않고 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11일 "먼저 명 씨 관련 의혹의 본질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둘의 문제라는 것"이라며 "온갖 의혹들이 제기돼 본질이 흐려질 수 있는데 본질을 명확하게 하고 의혹을 분류·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민주당은 국정감사 등에서 의혹을 부각하는 데 힘 쓰고 있다. 운영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다음달 1일 예정된 대통령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할 증인 및 참고인에 대해 논의했다. 상정된 증인 명단에는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 등 대통령실 총선 공천개입 의혹 관련 증인들이 포함됐다.

그 외에도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1일 열리는 대검찰청 국감 증인으로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행정안전위원회는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에게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했지만 전달되지 못하자 다음 주 종합감사 때 다시 부르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대응은 명 씨 의혹이 정부여당발 내홍 성격에 가깝고, 가만히 있어도 손 쉽게 점수를 딸 수 있는 형국인 만큼 일단 국감에 집중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정부법무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에 관한 자료가 나오고 있다. 2024.10.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11월 이재명 대표 선고 예정, 당 내부 동요 막는 게 우선일 것" 의견도

명 씨 의혹보다 11월 이재명 대표 재판 선고에 따른 당 내부 동요를 막는 것이 당 차원에서 더 중요할 거란 의견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1과 통화에서 "아무리 의원들이 무죄를 주장한다고 해도 내부적으로 조급할 것"이라며 "그들이 원하지 않아도 중도층 등 여론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대선 구도까지도 바뀌어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진행되는 10·16 재·보궐선거 결과와 이르면 오는 17일 예정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검찰의 최종 처분 결과에 따라 향후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민생·경제·안보 상황이 엄중한데 명태균 씨 한 사람에 휘청이는 용산과 집권 여당의 한심한 모습에 우리 국민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며 "내일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 검찰이 최종 처분할 예정인데, 처분 내용에 따라 당에서 대처할 것"이라 말했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