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자 157만명, 연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아"
최기상 민주당 의원, 한은 자료 분석 결과…상반기 가계대출자 1972만명
올해 2분기 가계대출자의 13.9%, 취약차주의 36%가 DSR 70% 이상
- 김현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올해 상반기 기준 가계대출자 약 275만명이 연 소득의 7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약 157만 명은 평균 연 소득의 10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상반기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6%,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12%로, 전년 동기(은행 0.33%, 비은행 1.82%) 대비 각각 0.03%p, 0.3%p 상승했다
이같은 가계대출자의 대출 상환 부담과 지속적인 연체율 상승은 민간 소비 위축과 실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아 4일 공개한 '가계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 분기말 국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1972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은 1859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 1분기(1973만명, 1852조8000억원) 대비 차주 수는 1만명이 줄었지만, 대출 잔액은 6조5000억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2분기 대비로 보면 1년 사이 차주 수는 6만명(0.3%)이 줄었지만, 대출잔액은 13조6000억원(0.7%) 증가했다.
1인당 평균 대출잔액도 올해 2분기말 기준 9428만원으로 1분기(9389만원)와 전년 동기(9332만원) 대비 각각 39만원, 96만원이 증가했다.
해당 자료는 한국은행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 표본 데이터(약 100만명의 대출자 패널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38.3%로 추산됐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가계대출자들은 평균 연 소득의 38.3%를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빚을 갚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평균 연 소득의 7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는, 이른바 'DSR 70% 이상'인 대출자 수는 275만명(13.9%)으로 집계됐고, 이 중 DSR이 100% 이상(평균 연 소득의 10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는)인 대출자수는 157만명(7.9%)인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DSR이 70% 정도면 최저 생계비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본다. 결국 올해 2분기 기준 275만명의 대출자가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의 경우 올해 2분기말 452만명으로 1년 전(448만명)보다 4만명(0.9%)이 증가했고, 대출잔액은 557조3000억원으로 1년 전(572조4000억원)보다 15조1000억원(2.7%)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중채무자 중 올해 상반기 기준 DSR이 70% 이상인 차주는 117만명으로 다중채무자의 25.9%를 차지하며, 이들의 대출잔액은 271만8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잔액의 48.8%로 나타났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차주'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129만명으로 전년(126만명) 대비 3만명(2.4%)이 증가했다. 취약차주의 대출잔액도 95조4000억원으로 전년도 2분기말 대비 2000억원(0.2%) 증가했다.
취약차주 중 올해 상반기 기준 DSR이 70% 이상인 차주는 47만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총 취약차주의 36.4%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의 대출잔액은 63조4000억원으로 전체 취약차주 대출액의 66.5%를 차지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제출한 '업권별 가계대출 연체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6%, 비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12%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은행 0.33%, 비은행 1.82%) 각각 0.03%p, 0.3%p 증가한 수치다.
2018년 이후로만 보면 지난 2021년 4분기에 가계대출 연체율(은행 0.16, 비은행 1.16)이 가장 낮았으며, 올해 1분기(은행 0.37%, 비은행 2.15%)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다가 올해 2분기엔 소폭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연체율 상승은 높아진 금리 수준 지속 등으로 채무상환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난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기상 의원은 "소득 또는 신용이 낮은 취약차주의 약 1/3이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특히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2021년 4분기 1.15%에서 올해 2분기 2.15%로 증가한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약 계층은 상대적으로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을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금융당국은 가계 차주의 채무상환부담 등 추이를 면밀히 점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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