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자 이탈 이어지는데…"고경력 연구원, 정년·임금 모두 줄어들기도"
정부 출연 연구기관 23곳 중 5곳…신규 채용도 미흡 지적
이정헌 의원 "과학기술인 사기 저하…임금피크제 철폐해야"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국가 연구개발(R&D)을 주도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들의 정년과 임금이 삭감되는 상황에서 일부 고(高)경력 과학기술인들은 시정 조치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정부출연 연구기관 23곳 중 5곳에서 임금 감액에 따른 시간단축·직무조정 조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가녹색기술연구소(NIG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청년 고용창출과 업무 능력 감소를 이유로 2015년 공공기관 등에서 도입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들은 정년을 만 58세에서 60세로 늘렸지만, 정부출연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만 정년이 만 65세에서 61세로 오히려 단축됐다. 이들 임금도 만 60세부터 10%, 61세 15%로 삭감·적용돼 왔다.
과학기술계에선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연구원 처우 개선 등을 주장해왔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번번이 폐기됐다. 이 때문에 숙련된 과학기술인들이 정년이 더 길고 임금 수준이 높은 대학이나 대기업으로 이탈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도입 초기 박근혜 정부가 홍보했던 신규 채용 효과도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간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은 1974명이지만, 같은 기간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절감된 재원을 통해 신규 채용한 규모는 1384명이다.
당초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가 줄어드는 퇴직자 수만큼 신규 채용을 확대하는 것이었으나 약 600여 명의 연구원 채용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고용 안정과 신규 채용 확대를 내세우며 공공기관에 일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에서 신규 채용 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효과는 미미했다"며 "결과적으로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의 임금만 깎아 사기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한국도로공사의 임금피크제 악용 사례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을 보더라도 임금피크제는 철폐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해당 제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신속히 마련해 현장에 있는 근로자의 임금체계를 정상화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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