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홍 불 댕긴 '한동훈 공격 사주'…친한 '부글' 친윤 '당혹'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지난 7·23 전당대회 국면에서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다는 녹취록이 당정갈등의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실과 각 세우기를 자제해온 한 대표도 이 사안에서 만큼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이 사과와 해명을 내놓으며 탈당을 했지만, 조사를 계속 이어가고 고소·고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역대급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전당대회 당시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계 갈등이 재부상하는 양상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 성향의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측에 한동훈 당시 당대표 후보를 공격해달라는 보도를 요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은 전날(2일) 국민의힘 탈당 입장을 밝혔다.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이명수 씨와 통화하면서 당시 한 후보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비 70억 원을 들여 자기 대선을 위한 여론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씨에게 한 후보의 자녀 문제를 다뤄보라고도 했다.

이에 당사자인 한 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재 정부투자 금융기관 감사인 사람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 대표는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직격했다. 실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김 전 선임행정관을 정조준 했다는 분석이다. 김 전 행정관은 현재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로 근무하고 있다.

한 대표의 발언 후 전날 친한계도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본인의 SNS에 김 전 행정관의 주장에 대해 "수사를 통해 누가 배후이고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전 행정관 측 유정화 변호사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이 모든 논란을 일으킨 것에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의뢰인은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김 전 행정관이 탈당해도 진상조사는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윤리위에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주 안에 윤리위 구성이 되면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선 김 전 행정관에 대한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우리 당 법률자문단에서 후속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 추가 조치도 검토 가능하다는 취지이다.

한 대표와 친한계의 강한 반발에 당내에서는 지난 7·23 전당대회의 갈등이 다시 부각되며 내홍이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친윤계와 친한계 간 켜켜이 쌓인 갈등,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한 대표 독대 요청 패싱 등이 겹친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더해진 셈이다.

친윤계 일각에선 김 전 행정관이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후보 측 대외일정특보를 지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통령실과 연관성 차단에도 부심하는 모양새이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유튜브 '배승희의 뉴스배송'에 출연해 "대통령과 전혀 상관 없다"면서 "오히려 이와 관련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 분(김 전 선임행정관)이 나경원 캠프의 핵심 측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대 대통령실' 프레임이 아니라 '한동훈 대 나경원'의 프레임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선임행정관에 대해 "실무급 행정관"이라며 "김 전 행정관 스스로 과장되고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했듯이 저희가 보기에도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나경원 의원은 김 전 행정관과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 사안이 당내 어떤 파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불씨가 남아있던 당내 갈등에 다시 불씨를 지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cho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