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딥페이크 처벌법' 구멍 숭숭…'위장수사·응급조치' 과제
여야, 여론 떠밀려 법안 처리…'알면서' 논란 등 설익은 규정
위장수사 범위, 성인 대상 확대 등 후속 조치 신속 보완 필요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하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는 '딥페이크 방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로 한정된 위장 수사 범위를 성인 대상 범죄까지 확대하는 문제와 경찰에게 성범죄 피해물 삭제 권한을 주는 '응급조치' 도입은 합의되지 않아 추후 과제로 남았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딥페이크 방지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249명 중 찬성 241명, 반대 0명, 기권 8명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딥페이크 성 착취물 영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포 목적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제작자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제작자에 대한 형량도 기존 최고 5년 형에서 최고 7년 형으로 강화했다.
아울러 성 착취물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대상 협박·강요 범죄의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필요시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도 경찰이 '긴급 신분 비공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여야는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 공론화 한 달여 만에 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다만 법의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는 '알면서' 문구 삽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에 '알면서' 문구를 추가해 고의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게 하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러나 '성착취물인 줄 몰랐다고 하면 처벌을 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며 최종적으로 단서조항을 삭제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알면서'라고 하는 단어를 가지고 범죄자들이 빠져나가려고 기술을 부릴 수 있다"며 "그래서 고의를 가지고 했던 자들은 모든 곳에 다 흔적이 남는다. '알면서 몰랐다'는 것으로 처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가 커지며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로 한정된 위장 수사 범위를 성인 대상 범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만 위장 수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원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위장 수사를 승인받는 과정에서 사이트가 폭파되는 경우도 있다. 먼저 위장 수사를 한 후 사후 승인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실무적 부분에서 긴급성은 인정이 되지만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관 신분을 밝히지 않는 신분 비공개 수사의 경우 사전에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 승인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경찰 외 신분으로 위장하는 신분 위장 수사는 검찰의 청구 및 법안 허가를 통해 착수할 수 있다.
경찰에게 성범죄 피해물 삭제 권한을 주는 '응급조치' 도입도 무산되며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응급조치를 도입하는 대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거쳐 피해물의 삭제와 차단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2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됐으나 여전히 부족하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성인 대상 성범죄도 위장 수사 필요하단 말이 많이 나온다. 또한 경찰이 방심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삭제하는 방법도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딥페이크 성범죄 디지털 성폭력 근절 대책특별위원회에서 추가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도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대응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위장 수사 범위를 성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후속 논의는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bch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