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 소상공인 빚 갚는데 상반기만 3000억…정부, 나몰라라

정부에 내년 예산 4100억 요청했지만 400억만 배정
조승래 "계정 전용 계속되면 중소기업 지원 위축 우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갚고 있는 소상공인의 빚이 올해 상반기에만 3000억 원에 육박했다. 정부가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배정한 탓에 신용보증기금은 다른 사업비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정부가 신용보증기금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정치권은 비판한다.

25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의 소상공인 위탁보증에 따른 대위변제액은 △2020년 15억 원 △2021년 837억 원 △2022년 1831억 원 △2023년 5074억 원으로 점차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엔 2652억 원에 달했다.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위변제액이 늘자 신용보증기금은 대위변제를 위해 정부에 SOS를 쳤다.

하지만 2024년 신용보증기금이 요구한 정부 출연 예산 4500억 원의 18% 수준인 800억 원만 배정됐다. 2025년 예산에선 신용보증기금이 4100억 원을 요청했고 10%도 안 되는 400억 원만 반영됐다.

결국 신용보증기금은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위변제액 예산이 부족해지자 일반보증 사업비에서 일부를 전용했다. 올해 처음으로 1000억 원을 갖다 썼다. 이마저도 모자라 연내 한 번 더 1000억 원을 추가로 전용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전용이 계속될 경우 일반보증으로 지원하는 중소기업 보증사업도 축소될 수 있다고 본다. 전용금을 다시 돌려놓을 방법도 마땅찮다. 올해 대위변제 발생액 전망치만 5398억 원인 데다, 2025년부터 3년간 5000억 원 이상 대위변제액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승래 의원은 "계정 전용이 계속될 경우 신용보증기금의 고유 사업인 중소기업 지원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인 재정 지원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소상공인 위탁보증 사업은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소상공인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2020년 도입했다. 소상공인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수탁은행에서 최대 4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고, 연체 같은 부실이 발생하면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갚는 방식이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