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한반도 핵전쟁 예방 한일 국회·시민사회 한반도 미래대화

김태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김태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 9월 3일 국회에서는 한일 국회의원-NGO 사이에 한반도 핵전쟁이라는 회피미래를 예방하는 한일 공동의 노력을 촉진하고자 기획된 한반도 미래대화가 열렸다. 국회미래연구원, 한일의원연맹, 국회한반도평화포럼이 공동개최한 행사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국회의원, 양국의 평화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유엔 핵무기금지조약(TPNW) 체결의 공로로 201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글로벌 반핵평화네트워크인 ICAN(핵무기폐기국제운동) 국제운영위원도 참가해, 한일 양국은 물론 다자적 틀에서 어떻게 핵전쟁이라는 가능미래를 함께 막을 것인가에 대한 깊이있는 대화를 가졌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함께 미국의 핵우산 확장억지 공약이 강화되는 한편, 한국의 자체 핵무장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조명되는 최근 상황에서 한반도와 그를 넘어서는 동아시아 차원의 비핵지대, 특히 TPNW을 경유하는 다자적 검증체계를 포괄하는 한일의 선제적 노력에 대한 시민사회, 국회 간 논의가 진행된 것은 뜻깊고도 드문 기회였다.

한일 국회의원들과 내외 시민사회 대표들은 △한반도 및 동아시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핵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한일 양국 사회의 공동 노력 △한반도, 동아시아에서 핵 없는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중단기, 중장기 전략 및 경로 △한반도, 동아시아에서 비핵화 평화 실현을 위한 의회 간, 그리고 의회-시민사회 간 협력이라는 대주제 하에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가까운 미래 △먼 미래 핵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 △핵 문제와 관련된 한일 사회의 여론 및 향배 △핵 문제 관련 한일 현 정부 정책 △궁극적으로 회피미래라 할 핵전쟁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과 단기적 우선순위 등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특히 개별 의원, 소속 NGO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헌신해 온 활동이나 기획에 기반해, 어떻게 공동의 실존적 위기를 함께 막을 것인가를 논의했다.

한국에서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3당, 일본에서는 공명당과 일본입헌민주당 참가로 여야를 망라하는 초당적 대화 틀이 마련됐다. 한편 글로벌 반핵평화시민사회를 대표하는 ICAN과 한국과 일본 평화 NGO 대표들이 함께한 미래대화는 기존의 비핵화, 동북아 비핵평화지대와 같은 규범적 입장이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는 최근의 안보환경에서 한일 사회가 핵 문제와 관련해 논의했다. 특히 실질적으로 어떤 논쟁에 부딪히고 어떤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인지, 지난 시기 한반도 평화과정에서 비핵화 평화체제 관련 담론 실천에 대한 어떤 반성적 접근, 전략 및 우선순위의 재평가가 필요한가를 물었다. 또한 현재 핵우산에 기대고 있는 한일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TPNW에 가입할 수 있는 경로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예를 들어 원폭피해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 핵 군축 관련 다자적 검증 촉진, 그리고 조약 당사국 회의에서 옵서버 형식 참여 형식에 대한 탐색과 함께 한일 사회가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고 안보를 증진하는 방식은 어떤 것이 가능할까)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한일 시민사회가 핵 억지력 강화 논의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핵무기 사용의 비인간성과 파괴성을 직시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특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각각 피폭된 아버지, 삼촌을 가족으로 둔 일본 참의원들의 증언, 발언을 통해 생생하게 표출되었다. 핵전쟁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대화와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특히 한반도 및 동아시아에서 핵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는 강력한 입장이 전달되었다. 동시에 특별 세션에서 직접 증언한 한국인 원폭피해자2세환우회 한정순 회장과의 대화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핵투하 당시 피폭, 사망자의 10%가량을 차지한 한국인들의 피폭으로 인한 질병과 고통, 사회적 무지와 배제의 굴레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일본 식민 지배, 전쟁과 피폭, 해방 이후 고된 생애사를 살아온 한국인 원폭피해자들과 북한 피폭자 및 후대들의 문제 제기는 평화국가 일본의 상징적 존재인 피폭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가진 한반도에서 반핵평화 담론, 실천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가려져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만들었다.

글로벌 핵정치로부터 침묵되었던, 핵무기에 희생된 인간을 기억하고, 지금 여기에서 또 다른 핵전쟁 위협을 반복하지 않도록 그들의 생애사가 처절히 증언하는 비핵평화의 명제를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양국 국회와 시민사회가 직접 만나고 한 라운드테이블에 둘러앉아 시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동 노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는 핵 파국이라는 회피미래를 이미 몸소 경험한 생존자 및 후대들의 경고를 통해 중장기 평화의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공동 인식의 토대를 만드는 작업이 될 것이다. 피폭자들의 증언을 포괄해, 시민사회-국회간 초당적 미래대화를 축적하는 과정을 지속함으로써 한일 사회가 핵전쟁을 예방하고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실현하기 위한 중장기 미래를 준비하는 담론적, 실천적 장을 구축해나가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김태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