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독대 불발 후폭풍…"내부 분열" vs "대통령 흠집내기로 생각 안해"

(서울=뉴스1) 박기호 신윤하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지만 사실상 불발된 것을 두고 여권 내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단순한 신경전을 넘어 한동안 잠잠했던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계 갈등뿐 아니라 당정 갈등설도 재점화되는 형국이다.

친윤계는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사전에 외부에 유출된 것을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는 "독대 요청을 의도적으로 사전노출한 바 없다"면서 독대 요청이 대통령 흠집 내기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친윤계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언제, 어디서든 비공개로 수시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꼭 필요하고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통상적으로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당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사전 유출돼 주요 뉴스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이 잘 되질 않는다"며 한 대표를 겨냥한 듯 "차기 대권을 위한 내부 분열은 용인될 수 없는 때"라고 말했다.

친윤계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체코 원전 수주 관련 여러 성과도 있는데 다 없어져 버리고 여당 대표와의 견해 차이, 갈등 부분만 부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런 부분에서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독대 이야기를 시키게 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역시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독대 불발에 대해 '일종의 불신비용'이라고 규정하면서 "독대 요청과 무슨 말을 할 것이라는 내용까지 다 사전에 공개되면서 불편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신뢰가 있다면 밥 먹으러 모였더라도 모퉁이에 가서 서서라도 이야기할 수 있고 실제 과거에도 충분히 그런 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독대를 요청할 때는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 대표 측은 독대 요청을 의도적으로 사전노출한 바 없으며 친윤계에서 제기하는 의도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한 대표 측에서 독대 요청을) 흘렸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아니다"라며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 요청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이냐"고 반문했다.

한 대표는 "흠집 내기냐, 모욕 주기로 생각되느냐"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친윤계 반응이 담긴) 언론 보도를 보면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먼저 그걸(언론에) 이야기했든지 간에,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만남의) 형식 또는 절차가 현안들을 논의해야 하는 내용을 바꾸고 내용에 앞서갈 문제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독대가 불발된 데 대해선 "국민들께서는 만찬 전에 시간을 내서 대통령과 여당대표가 만나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고, 거기서 의료 개혁이나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 의미 있는 해결이든 진일보된 메시지가 나오길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대 요청이 사전에 외부에 알려지고 윤 대통령이 거부한 것 모두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독대를 뉴스로 나오게 하고 그것이 또 거절당했다고 뉴스로 나오게 하는 것은 정치를 하면서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결국은 양쪽 다 큰 상처를 주는 나쁜 정무적인 판단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여권은 독대 문제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지만 이날 오후 예정된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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