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은 25일 [기자의눈]

임금체불 피해자, 올 상반기에만 15만 명…절반이 50대 이상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일을 하면서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주저 없이 25일을 꼽겠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 우리 회사도 그날이 월급날이다.

실제 돈이 통장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다. 학자금 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이자, 관리비, 보험료, 카드값이 실시간으로 빠져나가는 걸 보자면 절로 쓴웃음이 지어진다. 요즘에는 집에 식구가 한 명 늘어 빠져나가는 돈도 더 늘었다. 그래도 다시 한 달을 살아갈 에너지가 생기니 마음은 넉넉하기만 하다.

일한 만큼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아주 당연한 프로세스. 직장인에게 이 톱니바퀴가 째깍째깍 맞물려 돌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누군가에겐 이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약 15만 명이 임금을 떼였다. 1인당 693만 원꼴이다. 피해자 중 절반은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경기도 부천시 가공식품 공장에서 일하는 50대 여성 A 씨는 50일치 임금을 받지 못했고, 수원시에서 1개월간 인테리어 일을 했던 B 씨도 임금을 떼여 한국노총 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최근 들어 정부가 임금 체불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체불액이 빠르게 청산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편으로는 진작에 지급할 수 있었음에도 사업주들이 체불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전쟁 선포가 '반짝'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해도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한 만큼 번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대원칙은 공허할 뿐이다. 특히, 임금 체불은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그 무엇보다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는 일인 것이다.

상습적 임금 체불 사업주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이제야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임금 체불 혐의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등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방안이 더욱더 필요하다. 22대 국회가 임금 체불 문제를 뿌리뽑는 계기를 만들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바꿔보길 희망한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