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버티기에 정부 엇박자·야당 압박…한동훈 사면초가

추석 전 협의체 구성 힘들듯 …정부 "25년 증원 재조정 절대 안돼" 고수
야 "여, 주요 의사단체 설득하라"…의료계 엇박자 정부 실망감에 돌아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24.9.1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야당·의료계는 물론 정부와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추석 전 협의체 구성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참여 의사가 있는 일부 단체와 협의체를 만들어 "추석 전에 모이는 모습이라도 보일 것"을 요구했지만 야당은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 참여가 없으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2025년 의대 증원 재논의' 불가론을 고수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공의에다가 돌리고 있어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힌 단체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13일 "어제와 오늘 한동훈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하여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에게 의협의 참여를 요청했으나 아직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현재 대한의사협회(의협)나 대한전공의협의회(전공의협) 등 주요 의사 단체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석을 독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요 의사 단체가 참여하기 전까진 협의체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의 참여가 없는 식물 협의체 발족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의료 단체 15곳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여러 단체로부터 참여 의사를 확인하기도 했지만, 이번 사태의 열쇠를 쥔 의협이나 전공의협과 같은 주요 단체를 설득하는데 이르진 못했다. 두 단체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임현택 회장과 그 어떤 협상 테이블에도 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정부와의 엇박자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는 한 대표와 한덕수 총리 간의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했다.

한 대표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 재조정'과 관련해 "의료계가 들어오게끔 의제를 열어놔야 한다"고 했지만 한 총리는 "절대 안 된다. 2025학년도 정원은 더는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더군다나 한 총리는 지난 11일 대정부질문에서 의료 공백 사태에 가장 큰 책임 있는 대상을 묻자 "첫 번째 책임은 전공의에게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의사 단체들이 실망감을 내비치며 돌아서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정부 입장 변화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참여를 번복하겠다는 의료단체들이 다소 있다"며 "정부가 입장 변화가 없는데 어떻게 들어가겠냐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협의체 구성 목표 시점을 '추석 연휴 전'에서 추석 당일(17일) 전까지로 늦추면서, 계속해서 의료계 단체들과 접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과 의료계, 정부가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나흘 만에 태도 변화를 끌어낼 묘수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17일 전 어렵사리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해도 구성원 간 시각차가 커 당장 협상의 결과물이 나오긴 힘든 상황"이라며 "추석 연휴 응급실 공백에 대한 국민 우려는 해소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