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실 앞 42억짜리 '과학체험관'…"2개월 졸속계획"

어린이정원에 신설 사업비 내년 예산 책정…내년 12월 완공 목표
이정헌 "긴축예산 한다며 혈세…명백한 예산 낭비이자 졸속 행정"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을 찾은 시민들이 정원 개방을 기념해 열린 '꿈의 오케스트라'공연을 즐기고 있다. 2023.5.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정부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조성한 용산 어린이정원에 '과학기술체험관'을 신설하기 위해 40억 원대 사업비를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은 졸속으로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일 확보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과기부는 내년도 용산 어린이정원 과학기술체험관 운영 예산으로 총 42억 15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과학기술체험관은 25년 12월 조성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기술체험관의 사업목적은 '정원 내 콘텐츠 다양화의 일환'으로 우주, 반도체 등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분야의 체험관을 구축·운영한다는 것이다. 용산 어린이정원에는 보훈 전시관(보훈부), 환경생태교육관(환경부) 등이 조성돼 있다. 키즈라운지(국토부)와 K-콘텐츠체험관(문체부) 등도 연내 순차적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야권에서는 2년 연속 긴축 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정부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조성한 어린이 정원을 채우기 위해 여러 부처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과학관 방문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학관을 신축하는 것도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상설 전시관 기준 '5개 과학관별 방문객 수 추이'를 살펴보면 2023년 방문객 수는 264만여 명으로 2019년 393만여 명의 67% 수준에 그친다.

아울러 추진 과정도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행 주체인 국립과천과학관이 지난 3월 과기부에 보고한 '전시추진안'에는 용산 어린이공원 사업 예산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후 과기부가 용산 어린이정원에 과학관 운영 계획 추가를 지시했고 5월부터 논의를 시작해 7월에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전시 선정 과정에서 공모 절차는 없었다고 전해졌다.

국립과천과학관 측은 첨단 분야 과학관 건립을 계속 추진해 왔던 상황에 과기부가 문의했다며 용산 어린이정원에 '과학'이 들어가야 하지 않냐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정헌 의원은 "긴축 예산을 한다면서 갑자기 40억 원 혈세를 들여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 체험관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코로나19 이전 관람객 수도 회복하지 못한 과학관의 예산을 굳이 빼다 쓴 것은 명백한 예산 낭비이자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