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국회 토론회 60% 급증…인기 주제는 '코로나→의료대란'

22대 국회 세미나·토론회 벌써 735건…여론전·전문성 부각에 활용
성과치레 단발성 이벤트 지적도…"구체적 입법 성과 필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 (공동취재) 2022.9.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오는 10월 22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내 회의실·세미나실 예약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1대 국회보다 더욱 의석 격차가 벌어지며 기울어진 여의도 정치 지형에서 현안 선점과 여론전을 위한 물밑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10일 국회 일정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9월 말까지 개최됐거나 개최 예정인 세미나·토론회는 총 735건이다. 같은 기간(개원 이후 121일) 21대 국회에서 개최된 세미나·토론회는 457건과 비교하면 60.83% 급증했다.

현재 국회 일정 공개 사이트에 등재되지 않은 10월 첫주까지 의원회관 세미나실·회의실·간담회실 예약은 이미 꽉 찬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 대비 22대 국회에서 세미나·토론회가 더 자주 개최되는 이유로 여야 대치 상황을 꼽는다.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155석, 국민의힘 113석을 각각 차지했는데, 현 22대 국회는 민주당 170석, 국민의힘 108석으로 의석 격차가 더 벌어졌다. 조국혁신당 등과 뜻을 모은 범야권은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통해 일방적인 입법이 가능해졌다. 여야는 입법 강행을 정당화하거나 이를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에 세미나·토론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본인의 전문 분야를 부각하고 정치 현안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22대 국감을 한 달 앞둔 9월부터 10월 전까지 예약된 세미나·토론회는 총 153건이다. 21대 국회에서 첫 국감을 한 달 앞두고는 35건이 개최됐는데, 국회 상황이 바뀌며 세미나·토론회 건수도 세 배 늘어났다.

개최되는 세미나·토론회의 주제도 시대·관심사 변화에 따라 바뀌고 있다. 21대 국회 초반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부분의 이슈를 흡수했다. 초반 네 달간 457건의 세미나·토론회 중 88건이 코로나19 대응이나 산업 전망 관련 토론회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22대 국회 세미나·토론회는 훨씬 다양한 주제가 등장했다. 정치 현안 중에서는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의료대란 관련(33건) 주제가 가장 많았다. 이어 △기후위기(26건) △인공지능(25건) △연금개혁(12건)이 뒤를 이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끌어냈던 방송4법 관련한 세미나·토론회는 6건으로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여야 대표가 모두 정책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약속한 반도체 관련 세미나·토론회는 2건에 불과했다. 시각차가 커 여야간 합의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큰 이견 없이 공감하는 주제여서 주목도가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추석 연휴 이후 국감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기간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딥페이크, 플랫폼 관련 세미나·토론회가 총 9건 예정돼 있다.

국회가 다양한 주제와 이슈를 논의·토론하기 위한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토론회·세미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이같은 논의가 여야의 대립 속에 실질적 성과인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2대 국회 여야는 해병대원 특검법 등 쟁점법안을 야당이 강행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후 폐기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100일을 넘어섰지만,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 처리한 민생법안은 28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의원회관에서 개최되는 세미나의 경우 협회 등의 성과치레를 위해 단발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넥스트 스텝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