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만 들뜬 '여야의정 협의체'…의료계와 '물밑 대화'도 없었나

정치권 모두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동의…공감대 없이 정쟁화 우려
"의료계 없인 '단팥 없는 찐빵"…의료계 '딴 목소리' 참여 여부 불투명

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으로 환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아주대병원은 이날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제한 진료'를 시행하며 목요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은 16세 이상 심정지 환자만 수용할 계획이다. 2024.9.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정치권의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으로 의료 대란 해결을 위한 단초가 마련됐지만 여야와, 의료계의 인식차이가 부각되며 출발점에서 발목이 잡혔다. 야당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고, 의료계는 내년 의대정원 원점 재검토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기류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일 현안 브리핑에서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필수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운영하자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도 원점에서 논의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자는 것이니 여러 의견이 서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이는 전날 더불어민주당의 협의체 제안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응급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체면을 따지거나 여야를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여야가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뜻을 모으자 대통령실에서도 강경 기조를 완화했다. 그간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이제 마무리됐다"고 완고한 입장을 유지했지만,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여야가 의견을 모으자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협의체가 꾸려지더라도 조속한 결론을 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이 '정부 책임론'을 내세우고, 의료계에서도 협의체 참여를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의료대란을 초래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등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경질을 요구했다.

박주민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은 의대 정원 재검토 논의와 관련해 "2026년도에만 국한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의체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수단으로만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정부가 2026년도 정원에는 전향적인 결정을 열어놓고 있지만, 2025년도 정원 전면 재검토나 백지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에서 의료대란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장·차관 경질론을 지속 제기하거나, 2025년 의대 정원 전면 재검토를 압박할 경우 협의체 구성 자체가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계의 참여 여부가 미지수인 점 또한 난제다. 현재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협의체 구성에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2025년도 입학정원을 문제 삼아 협의체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공의 단체, 의대생 단체 등이나 대한의사협회(의협)·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아직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도 제로베이스에서부터 검토하겠다고 한 이상, 의료계가 빨리 대화에 응해야 한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가) 빨리 들어와서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실체를 만들어서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연주 국민의힘 대변인도 지난 6일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으면 여·야·정 협의체로라도 운영하냐'는 질문에 "그러면 정말 단팥 없는 찐빵이 된다"며 "여·야·정이 아무리 논의해도 의료계 참여가 없다면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