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전환용 의심하는 민주…4자협의체 선결조건 카드 만지작

윤 공개 사과·책임자 경질·내년 증원 재검토 요구 저울질
"수세 몰리니 입장 변화…물타기·시간끌기 철저히 대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여야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공감대를 모으고 있다. 현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여당에 있다고 보는 야당은 심각한 의료 현장 혼선과 민심 동요에 협의에 나서면서도 자칫 책임론을 함께 뒤집어쓰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4자 협의체에 대한 큰 틀의 필요성엔 이견이 없지만 각각의 이해관계와 수싸움이 복잡한 만큼 출범을 마냥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특히 협의체 출범 과정에서 야당이 여러 선결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월 4자 협의체를 먼저 제시했다. 이 대표는 3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정부, 의료계를 포괄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한다"며 "대화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대란이 장기화되자 박찬대 원내대표도 지난 4일 교섭단체에서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제안한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정부도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꿈쩍하지 않던 정부·여당도 뜻을 같이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필수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운영하자고 제안한다"고 전했다.

여야가 서로 협의체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실무 협의는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추석 전에 발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건은 협의체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느냐다. 민주당은 수세에 몰려 있는 정부·여당이 국면 전환용으로 협의체 운영에 나섰을 수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반년여 간 4자협의체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다 '응급실 뺑뺑이'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는 시점에야 대화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의사 출신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수술 청탁 의혹 문자까지 논란을 빚으며 여권이 더욱 궁지에 몰린 상황도 이같은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국면전환용 들러리'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선결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우선 그간 요구해온 복지부 장·차관 등 책임자 경질과 윤 대통령 공개 사과가 거론된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의료붕괴 현실 자체를 부인하던 여당의 입장 변화에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수세에 몰린 정부와 여당의 이슈 물타기, 시간 끌기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최소한의 성의있는 조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장·차관 경질이나 대통령의 사과 선행이 대책 마련에 도움이 될지, 대책이 늦어져서 국민적인 피해가 더 커질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2025년 의대 증원도 중요한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동훈·이재명 대표 간 회담에서 2025년 의대 증원은 논의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지만, 민주당 내부 특위를 중심으로 백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줄곧 내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의료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이다.

민주당 의료대란 대책특별위원회는 전날 협의체와 관련해 "2026년 정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료대란 대책특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장·차관 경질이) 전제 조건이라는 표현을 달진 않았다"면서도 "병행해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원활한 논의를 위해선 신속히 이뤄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