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나면 경증이라니"…안이한 정부 대응, 부글부글 끓는 여당
김종혁 "책임질 사람 책임지는 특단의 대책 필요" 직격
박민수 2차관, 여당 주최 토론회 '노쇼'…성토 공개 표출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응급실 뺑뺑이 등 의정갈등에 따른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정부의 대응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배 아프거나 찢어져서 피 많이 나도 경증"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 차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공개 표출됐다.
의료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정부의 대응 배경에는 용산 대통령실의 의지가 있는 만큼 당정갈등으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여권에 따르면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 개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특정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고열이나 복통, 출혈 정도는 경증이니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정부의 주장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꼬집으면서 박민수 차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차관은 지난 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으로 봐야", "배 아프거나 찢어져서 피 많이 나도 경증"이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의료 대란이 응급실 등 현장에서 현실화하면서 민심이 싸늘해지자, 여권 내부에선 정부의 대응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몇몇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박 차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박 차관은 이날 오후 열린 의정갈등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가 전날 돌연 번복하기도 했다.
토론회 주최를 도맡은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것이 의정갈등을 풀어내는 정부의 태도인가"라며 "여당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을 만나 토론하고 설득할 용기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국민을 설득하나"라고 꼬집었다.
당내 중진들도 비판 대열에 합세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정부를 겨냥 "조정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순간순간 잘못된 발언 등으로 갈등을 더 증폭시킨 부분이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까지 왜들 이러나, 정말 너무 막가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여권에선 야당과 의정갈등 문제를 협의하기 전에 "당정 간에 의견 일치부터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마비 수준은 아니다"라고 보는 반면, 당내에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의료대란으로 계파갈등의 새 전선이 만들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친윤계를 비롯해 원내지도부는 부침이 있더라도 정부의 의료개혁 완수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친한계는 "의료개혁도 필요하나, 당장의 대란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주류는 아직 친윤계인 만큼 의료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다만 지도부는 현장에서 어렵다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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