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야 "나쁜 개혁", 국회 협의 가시밭길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여야 협의안 보다 대체율만 2%p↓
어정쩡한 구조개혁?…야당, 세대별 보험료 차등·자동조정장치 반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문창석 기자 = '4% 더 내고 2% 더 받는' 정부의 연금 개혁안이 공개됐다. 21대 국회에서 합의에 근접했던 구상에서 모수·구조 개혁에 좀더 방점이 찍혔지만, 정부가 밝혀온 지속가능한 연금을 위한 대폭 개혁에선 한발 물러선 어정쩡한 수준이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야권이 반대해온 '세대별 보험료 차등'이나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내용이 포함돼 여야 협의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4일 보건복지부는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심의·확정했다. 복지부는 여야 간 조속한 합의를 견인하기 위해 개혁안을 마련했다며 △보험료율 인상(현행 9%→13%) △명목소득대체율 조정(42%로 상향) △기금수익률 제고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 등을 골자로 한 정부안을 발표했다.

그간 여야는 연금개혁 필요성에는 뜻을 모으면서도 각론에선 이견을 보여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대 국회 말인 5월 23일 연금개혁안을 처리하기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여야 입장차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당시 야당은 구조개혁 대신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부터 우선 완수하자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차기 국회로 넘기더라도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설정 등 공적 연금 전반을 바꾸는 '구조 개혁'까지 함께 이루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 끝에 국민연금 개혁안 합의에 실패했다.

이번 정부 개혁안은 여야가 21대 국회말 합의에 근접했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와 비교하면 보험료율은 같고 소득대체율은 2%p 낮다.

이번 정부안에서 기초연금·크레딧 지원 강화를 비롯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언급하긴 했지만, 여타 특수직역 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근본적인 구조개혁안에 비해선 예상보다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 구조개혁에서 큰 진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발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야당은 소득대체율을 더 깎고 세대별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이 새로 제안한 연금개혁 방안은 그동안의 국회 논의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나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야권은 국민연금의 소득 보장 강화와 세대별 연대를 누차 강조해 왔다. 정부안에는 50대 가입자의 보험료율은 매년 1%포인트(p)씩 인상하는 반면, 30대와 20대는 각각 0.33%p, 0.25%p씩 인상하도록 했는데, 야권은 이를 '청년·중장년 갈라치기'라고 비판한다.

민주당 등 야당이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 또한 향후 여야 논의 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란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수급 연령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제시한 유일한 개혁방안도 가뜩이나 노후가 불안한 상태에서 국민연금액의 삭감이 예상되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에 불과하다"며 "윤석열 정부는 연금개혁안에 대한 어설픈 언급 말고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내놓거나, 국회에 맡겨놓고 그 결과를 기꺼이 수용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