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빈손 회담?…'민생 협의 기구' 성패에 달렸다

정치복원 첫발 의미 속 쟁점 합의 불발…엇갈리는 성과평가
대권주자 입지·외연확장 이해 일치…곳곳의 정쟁 뇌관 변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국회 개원식 겸 정기회 개회식 사전환담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모두발언에 손뼉치고 있다. 2024.9.2/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여야 대표가 11년 만에 마주했지만 실질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민의힘 한동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상대를 향해 각각 '사법리스크'와 '해병대원 특검법'을 내밀었지만 구체적 알맹이 없이 원론적 수준의 합의문만 내놨다.

양당은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 기구 운영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낙관론과 '계엄령 검토' 논란과 쟁점 법안 등으로 정쟁 수위가 올라가면 실익을 거두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한동훈·이재명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약 1시간 43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해병대원 특검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법 관련 합의는 불발됐지만,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 기구를 운영하기로 결정해 협치 불씨를 남겼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만큼 만남 자체와 함께 '민생 협의 기구' 설치란 공감대를 형성한 것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 6월 개원 이후 줄곧 파행을 맞던 22대 국회는 최근 시급한 민생 법안 일부를 통과시켰다. 양당 대표 회담은 협치 기구 상설화 물꼬를 틀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양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해병대원 특검법과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법에 대해선 입장차를 재삼 확인했다. 그러나 의료 대란에 대해선 해결에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미 확정된 2025년 의대 정원은 손질할 수 없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최종 합의까진 이르지 못했지만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과 종합적으로 검토·협의를 하기로 중지를 모았다.

양당 협의 기구가 발족해 실질적 협의체 역할과 권한을 행사할 경우 적지 않은 협치 복원 효과가 기대된다.

일방적 주장을 쏟아내며 강행과 거부, 재시도를 도돌이표처럼 반복해온 22대 국회가 물밑 협의를 통해 쟁점 법안들을 조율하면 여권에서는 야권의 법안 독주를 일부 제어할 수 있는 완충지대를 갖을 수 있게 된다. 야권 역시 여야 협의를 거쳐 도출된 법안의 경우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명분을 꺾을 수 있다.

민생 법안 중에서 우선순위가 다른 법안들을 절충,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면 적지 않은 입법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에선 반도체·AI 산업, 국가기관 전략망 확충 관련 법안과 저출생 관련 법안 등이, 민주당에서는 가계의 통신비 부담 경감 등이 꼽힌다.

차기 대권 잠룡인 한 대표와 이 대표 모두 민생 입법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수도권·청년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투세도 타협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밖에 지구당 부활 등 현안도 두 대권주자가 내세우는 정치개혁 현안인 만큼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다만 윤 대통령을 고리로 사안마다 여야 및 여권 내부 갈등 뇌관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은 협의 기구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요소로 꼽힌다. 어렵사리 협의 기구가 출범해도 정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실효적 성과를 내놓긴 힘들 전망이다.

전 국민 관심사로 부상한 의료대란은 윤 대통령의 정면돌파 의지가 강한 반면, 한 대표는 중재안 제시로 한차례 불협화음을 냈다. 사태해결을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야권과 불편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아울러 뉴라이트 인사 발탁에 이은 독도 조형물 논란, 역사교과서 우편향 우려 등도 야권이 지속 제기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윤 대통령 계엄령 준비설'에 대통령실과 여권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야 갈등도 점차 고조되는 점도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을 꽃놀이패로 남겨둔 상태다. 해병대원 특검법은 한 대표의 입장과 당론에 이견이 있는 대표적 사안이라 여당 내분과 여야 정쟁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재명 대표의 총선 공약이었던 전국민 25만 원 지원금법도 언제든 재부상할 수 있는 복병이란 평가가 나온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