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한동훈 "정쟁중단 선언 하고 정치 개혁…의료공백 불안 해소"
여야 당 대표 비공개 회담 전 모두발언
해병특검·25만원지원금·금투세 등 논의
- 박기현 기자, 김경민 기자, 서상혁 기자, 임세원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김경민 서상혁 임세원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한 달에 한번이나 두 달에 한 번 정도로 대표회담을 정례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오늘 회담에서 우리 두 사람이 정쟁 중단을 대국적으로 선언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정치개혁 비전에 대해서 합의했으면 한다"고도 했다.
또 한 대표는 "남용되고 있는 면책특권의 범위를 의정활동과의 연계가 적은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범죄의 경우에는 법률로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저출생 해결 패키지 3법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촉법소년 연령 하향 △AI 기본법 신설 등을 제안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대표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한동훈 대표 대표회담 모두발언 전문
국민 여러분, 좋은 휴일 보내고 계십니까. 기록적인 폭염에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입니다.
이재명 대표님께서 당대표가 되신 후에 민주당 회의실에 걸린 백보드의 슬로건을 제가 봤습니다. '새로운 민주당, 다시 뛰는 대한민국'. 제가 당대표가 된 후에 국민의힘 회의 백보드로 건 슬로건은 '차이는 좁히고, 기회는 넓히고'입니다.
과거 전통적인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양당의 슬로건이 서로 바뀐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제가 격차 해소를 말하고 이 대표님께서 성장을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전통적인 지점을 확장하여 상대를 향해 움직이려는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야 대표의 회담이 자그마치 11년 동안 열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대표끼리 만나지도 못할 정도의 극단적인 대치 상황이 그렇게 오래 계속되었던 겁니다. 11년 만에 열리는 이번 여야 대표회담이 이견을 좁히고 공감대를 넓히는 생산적 정치, 실용적 정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자 이제, 우리의 정치로 국민의 문제를 해결해 봅시다.
민생이 무엇보다 우선입니다. 청년의 삶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윗세대처럼 잘 살 수 없다"고들 합니다. 차이를 좁히고 기회를 넓히겠다는 우리의 정치적인 다짐은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복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주거격차, 자산격차, 돌봄격차, 교육격차를 줄이고 좁히는 정치를 하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자본시장의 밸류업 정책으로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더 많이, 더 쉽게 만들어야 합니다. 금투세를 폐지하는 데에 저희 국민의힘이 집중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불합리한 상속세제 때문에 대한민국의 기업이 기업활동을 중단하는 상황도 막아야 합니다. 1대 99식의 국민들 갈라치기 정치 프레임은 개미 투자자들 모두가 피해 보고 기업의 폐업으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냉혹한 현실 앞에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 대표님께서도 금투세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계신 것을 저는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의미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법안들을 우선 처리하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육아휴직 기간과 연령을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휴가에 대한 급여 지원을 확대하며 임신기 근로 시간 단축 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일가정양립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등 저출생 해결 패키지 3법, 그리고 인구 위기 대응을 총괄할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이 그것입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AI 기본법, 반도체특별법 등 지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국민의 안전과 민생에 관한 시스템 법안들도 우선 처리될 수 있어야 합니다.
민주당은 현금 살포를 민생 대책으로 말씀하십니다만,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되어 있고 개인들이 느끼는 격차의 질과 수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똑같은 복지가 아니라 모두의 필요에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생각입니다.
내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금을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 240만원을 늘린 것이나 저소득 대학생에 월 20만원의 주거장학금을 신설하는 것, 연 240만원입니다. 사병 월급을 205만원으로 늘린 것,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역대 최대로 대폭 늘린 것도 그 실천이죠.
이런 민생대책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현금 살포처럼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효과적입니다. 또 무엇보다 정교합니다. 국민의힘은 그런 생각을 더욱 집중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격차해소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의료 개혁도 결국 민생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당장의 의료공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우리 정치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당 대표로서 의료 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당장의 국민들의 염려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에너지 문제 해결에는 저와 이 대표님, 그 사이에 주목할 만한 공감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대표께서 에너지 이슈를 주요 정치과제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부터 '에너지정책에서 이념의 때를 벗기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에너지 문제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생각이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저탄소 성장과 미래세대 먹거리를 위해서는 첫째 저렴하게 전력을 공급할 전력망, 둘째 세계 1위 원자력산업의 새로운 도약, 셋째 신재생 등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을 통한 전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력이 핵심인 AI 시대를 대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세 가지 모두가 정치 사회적 갈등의 진원지가 되어왔습니다. 송전망을 확충하고,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터전을 정하는 일은 늘 사회적으로 어려웠고 정치적으로 가로막혀 왔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장애물을 걷어내는 일, 그게 정치가 해야 할 일이지 않겠습니까.
다행히도 이런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여야 대표가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회담을 통해서 이 대표님과 제가 에너지와 관련한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다짐, 에너지 공동선언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개혁합시다. 불확실성의 영역인 정치에서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은 많지 않죠. 그런데 이건 확실합니다. 국민은 정치개혁을 원하고 계십니다. 특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진영을 불문하고 원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님께서는 과거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대선공약까지 내놓으실 정도로 특권 내려놓기에 과감하셨던 입장이었습니다.
불체포특권, 재판기간 중 세비 반납 등 이미 국민 여론이 충분히 공감하고 논의된 특권 내려놓기 개혁을 이번에는 반드시 실천해 보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 외에도 남용되고 있는 면책특권의 범위를 의정활동과의 연계가 적은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범죄의 경우에는 등에서는 법률로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합니다. 현재는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법원의 판례로서 면책특권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헌법 범위 내에서 법률로서 그 한계를 정해 반복되는 면책특권 남용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이 대표님께서도 면책특권 제한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하셨기 때문에 양당 대표의 생각이 같은 지금, 면책특권 제한 추진의 적기라고 봅니다. 국민께서도 그걸 바라실 겁니다.
'법안 강행처리-거부권-재표결-폐기-재발의'라는 도돌이표 식 정쟁 정치가 개미지옥처럼 무한 반복되고 있고,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과 처분적 입법 남발이 헌법 질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하는 우리도, 보시는 국민들께서도 모두 피곤하지 않습니까.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죠.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처럼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건 재판받는 한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사법부의 재판에 대해 주류 정치세력이 불복하면 민주주의의 위기, 법치주의의 위기가 오고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곧 나올 재판 결과들에 대해 국민의힘은 설령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을 넘는 발언이나 공격을 자제하겠습니다. 그러니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저는 기대합니다. 무죄를 확신하고 계시는 듯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정치개혁에 관해 한 가지 더, 지방선거 전에 현재의 거주요건도 없을 정도로 전 세계 유례없이 허술한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권 문제도 개선하자는 말씀드립니다.
이 대표님과 저의 공통점은 중앙정치, 소위 '여의도 정치'에 오래 물들어있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두 사람은 새로운 정치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회담에서 우리 두 사람이 정쟁중단을 대국적으로 선언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정치개혁 비전에 대해서 합의했으면 합니다. 거리마다 걸려있는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는 자극적인 정쟁 현수막들도 순화하고 자제하기로 합의했으면 합니다. 국회에서 비정쟁 법안을 따로 빼내어 처리하는 민생 패스트트랙을 만들자는 말씀도 드립니다. 우리가 싸우는 걸 모두 멈추지 못하더라도 어떤 경우에도 민생 법안들의 절차는 신속하고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합시다. 전쟁 중에도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를 하루 앞두고 열리는 11년 만의 여야 대표회담이니 정치 복원의 신호탄이 되었으면 합니다. 회담을 준비하면서 저희의 생각을 정리하고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의 대표인 우리 두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달에 한 번 정도로 대표회담을 정례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국민들께서도 '그래도 정치가 계속되는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게 말입니다.
저는 선당후사가 아니라 선민후사하자고 말해왔습니다. 오늘 국민만 생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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