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충돌' 숨죽인 여권…尹 직접 "개혁 완수", 공은 다시 한동훈에

韓 "현 상황 심각해 대안 제시" vs 尹 "의대 정원 합리적 추계"
중재안 제안 후 용산과 핑퐁게임…대표회동 앞두고 정치력 시험대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최근 주요 현안마다 파열음을 내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의대 증원 유예 방안을 놓고 또 다시 충돌했다.

한 대표는 지난 주 고위당정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유예 필요성을 피력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제안을 일축하며 요지부동이다. 공식적으로 양측은 모두 "당정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제 3차 윤·한 갈등 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한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대 정원 유예 필요성을 제기한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한 대표는 이날 현 상황에선 △응급실·수술실 상황이 대안·중재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가 △심각하다면 실효적 대안이 뭐가 있나 등 2가지 판단을 중재안 마련 필요성의 핵심 사유로 꼽았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정부는 아직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 같고, 저는 국민 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우회적으로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을 비판했다.

다만 한 대표는 유예안 제안에 당정 갈등 해석이 나오는데 대해 "사치스러운 것"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해 "일방적으로 정한 게 아니라 합리적 추계를 했다"면서 재차 한 대표의 제안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은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면서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원안 추진의지를 천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도 의정갈등 해법과 관련해 '당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통령실 내각과 당과의 소통이 제대로 안 이뤄지면 되겠나"며 "당정 간 문제가 전혀 없다"고 확전에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당정 갈등을 일제히 부인했지만 현재 여권 상황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이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통령실에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유예를 제의했다.

이후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7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기존의 입장에서 변한 것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한 대표는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 수용을 재차 압박했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8일 브리핑을 열고 한 대표의 제안은 사실상 의대 정원 증원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재차 분명히 했다.

그러자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붕괴 직전에 놓인 응급실의 응급 상황을 해소할 대책이 필요하단 이야기"라며 '대통령실에 다른 대책이 있다면 직접 제시해달라'는 취지로 역제안했다.

이처럼 '한 대표 제안→대통령실 거부→재제안→또 거부'의 기싸움이 반복되며 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직접 나서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다시 공은 한 대표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에서도 의료대란 해법 관련 논의가 오갈 수밖에 없는 만큼 한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여권 한 관계자는 "김경수 전 지사 때처럼 대통령실과 당이 계속 입장을 오가는 모습이 불안하다"며 "이 사안이 더 큰 당정갈등, 윤한갈등으로 번지지 않게 양측이 잘 소통하고 조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개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8.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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