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욕설 대신 폭소…'최악의 국회' 오명 씻는 계기되길 [기자의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구하라법 등 법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뒷편으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미소를 보이고 있다. 2024.8.28/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구하라법 등 법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뒷편으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미소를 보이고 있다. 2024.8.28/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인사 안합니까?" (우원식 국회의장)

"아니. 오면서 했어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아 그래요? 나 못봤어" (우 의장)

"다시 하겠습니다" (유 의원)

"수고하셨습니다. 특히 두 번 인사하느라 더 애썼습니다" (우 의장)

국회 본회의장이 모처럼 평화로웠다. 22대 국회 출범 후 처음으로 지난 28일 여야 합의에 따른 민생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고 이를 본 의원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본회의 때마다 고성과 삿대질을 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그때와 같은 의원들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22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불린다. 의원들 역시 부정하지 않는다. 여야 지도부도 '역대 최악의 국회' '이상한 국회'라고 공개석상에서 얘기한다. 22대 국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원식도 아직 열지 못했다. 입학식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일을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무기로 틈만 나면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했고 여당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만 기댔다. 당연히 성과 역시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 주요 역할인 입법 성과는 전무했기에 평가 자체가 무의미하다. 반대로 싸우는 것은 최고다. 국회 본회의장,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선 유의미한 토론은 사라지고 서로의 잘못을 들추고 약점은 후벼 파며 조롱하는 것이 일상이다.

2024년 5월 30일, 임기 시작 이후 입법 성과가 없자 여야는 국민의 눈치가 보였는지 부랴부랴 일을 하기 시작했고 90일 만인 28일 민생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 중에는 여야가 일부 조항을 두고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과거 여당이 반대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법안도 포함됐다. 그런 법안들도 여야가 물밑에서 논의하고 정치력을 발휘하면서 합의 처리라는 결실을 봤다.

개원 후 석 달 만에 28건의 입법이라는 결과물을 냈다면 정말 미미하다고 볼만한 성과지만 정쟁 속에서도 양보와 타협을 이뤄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서민들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고 미국 대선과 북한의 도발 등 대외 변수도 도사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급한 입법 과제 등이 산더미다. 반도체 산업 지원법부터 고준위방폐물 관리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관련 법안 등이 당장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꼽힌다. 9월부터 시작하는 본회의에서도 진통이 예상되지만 여야가 반드시 합의해야 하는 숙제다.

이번에 이뤄낸 성과는 정치권의 협치 분위기로 반드시 이어 나가야 한다. 때마침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달 1일 당대표 회담을 한다. 이번 입법 성과와 잘 맞물릴 경우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의제를 두고 줄다리기가 예상되지만 이번에 절박함 끝에 보여준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다시 발휘한다면 '정치 복원'을 해낼 수 있다. 오랜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에게 청량제를 선사하는 정치가 되길 기대해 본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