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앞서 A4 줄줄 읽은 이재명, 또 당할라…與 생중계 요구 속사정
李, 영수회담서 사전 조율 없이 15분간 국정비판 독무대 전례
'당 장악' 李, '친윤 견제·원외' 韓…'빈손 회담' 리스크 차이
-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여야 대표회담을 생중계하자는 국민의힘 제안에는 영수회담 당시 이재명 대표의 'A4 용지' 작심 발언 전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여당과 정부를 향한 비판 발언에만 집중하고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을 경우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여야 대표회담에서 생중계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이 지난 20일 처음 생중계를 제안한 이후 민주당이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한 대표는 "국민들께서 보시는 게 불쾌할 일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재차 압박했다.
국민의힘이 생중계를 제안한 데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영수회담에서 A4 용지를 꺼내들어 작심 발언을 쏟아낸 이 대표의 스타일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전략적 고려가 자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첫 영수회담에서 모두발언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를 멈춰 세우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A4용지 10쪽 분량 입장문을 15분에 걸쳐 읽어내려 갔다. 선거에서 대승한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이 대표의 조율되지 않은 행동에 대통령실은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대표 캠프의 총괄상황실장을 지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A4 발언 이후) 긴 시간 회담이 이어졌는데 거의 발언하지 않았다"며 "취재한 바에 의하면 이낙연과의 회동 등에서도 A4용지를 쭉 꺼내서 읽은 다음에 '침묵모드'로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 대표 앞에서도 (같은 전략을) 못 할 게 없고, 그런 식의 회동이 된다면 결실 있고 유의미하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주요 의제에 활발한 협상보다는 대여 공세에 집중할 경우 결국 '할 말 하는 이재명'의 이미지만 남고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려워 진다. 집권여당의 수장으로서 '민생'을 전면에 내세워 온 한 대표로서는 빈손 회담으로 마무리되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한 이 대표와 달리 한 대표는 친윤계와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당대회부터 꾸준히 지적된 '원외 대표 한계론'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점도 한 대표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한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 생중계를 제안한 건 아무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생각한 것 같다"며 "그동안 여야의 난맥상을 감안하면 구체적 성과를 내기 힘들 테고 그 과정에서 책임소재를 따지게 될 것을 생각해 한 대표가 공개 회담을 던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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