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평 인사' 이어 文·권양숙 예방…이재명 '계파 화합' 광폭 행보
수석대변인 조승래, 비서실장에 '이해찬계' 발탁
'금투세 이견' 진성준 유임…지명직 최고위원 주목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5.4%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범야권 차기 대권주자 위상을 견고히 다진 이 대표는 '일극체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원팀'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압도적 지지로 '이재명 2기 지도부' 체제를 출범시켰다. 최고위원 5명 모두 '친명'(친이재명)계가 선출됐다. 민주당에서 당대표 연임은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 총재를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당 헌법 격인 '강령' 전문에는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를 담았다.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후보자에 부과하던 공직선거 입후보 10년 제한 규정을 '공천 불복 후보자'로 확대하는 당헌 개정안도 확정해 지난 4월 총선에서 불거진 잡음 원인의 원천 봉쇄 조치도 마무리했다.
이에 당 안팎에서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와 '이재명 사당화'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 대표는 비주류 세력을 포용하는 등 당내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대선 0.73%p 차로 윤석열 대통령에 석패한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서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연임 확정 직후 수석대변인에 계파색이 옅은 조승래 의원(3선)을, 당대표 비서실장에는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이해식 의원(재선)을 각각 임명했다. 조 수석대변인 발탁은 이 대표가 비명계에 손을 내밀며 탕평 인사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수석대변인과 비서실장은 각각 재선과 초선이 맡던 관례를 깨며 인선을 단행한 것은 대여-대정부 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 나가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의중은 앞으로 비서실장을 통한 정치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 예정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까지 염두에 두고 중량감 있는 적임자 인선에 공을 들였다는 해석이다.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이견을 보였던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유임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중도층 확장을 위해 금투세 완화를 주장했지만, 진 의장은 이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며 이견을 보여왔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1기 체제'에서 '2기 체제'로 넘어가는데 연속성과 안정성 있게 당무를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아 정무직 당직자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진 의장의 유임 결정에 대해서는 "정책위원회 라인은 정조위나 정책위 라인이 여러 논의를 모으는 것이고 당내에서 여러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지 이견이라고 말할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통합'과 '탕평' 카드를 빼든 이 대표가 향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누구를 임명할지도 주목된다. 이번 2기 지도부 인선의 주안점이 '실력'에 실리며 기존 지명직 최고위원을 선임할 때 고려했던 '지역-청년-초선-원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비상한 정국인 만큼 이 대표가 당을 제대로 운영하려고 하면 당의 다양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는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는 게 맞다"며 "중량감이 있고 실력 있는 인사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을 임명해 당내 다양성을 확보하는 정무적 판단도 내릴 수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2기 지도부에 대해 "색깔이 다른 분들도 다양하게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며 "여러 가지 이견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희는 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지금 지도부가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지도부 구성 외에도 활발한 대외 활동을 통해서도 계파 화합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 대표와 신임 지도부는 오는 22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 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념식 이후 석 달 만이다.
이번 예방에서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및 당내 계파 화합 등 최근 정국 현안에 관한 폭넓은 조언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통해 “당내 경쟁에서 어느 편에 섰는지는 우리의 대업 앞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화합을 당부한 바 있다.
또한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같은 날 문 전 대통령 예방에 이어 경남 김해 봉하마을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첫 공식 일정으로 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다시 뛰는 대한민국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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