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의제 좁혀 서두르고, 尹과 제한없는 영수회담…왜

이재명, 한동훈과 실용 대화…해병특검·지구당 부활 의제 제한
尹대통령과 의제 제한 없는 회담…'협치·존재감' 두마리 토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2024.8.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한병찬 기자 =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제 제한 없는'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반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조속한 만남과 함께 '해병대원 특검법' 등 현안에 대해 구체화 하며 대화의 폭을 좁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정체된 국회 정국을 풀기 위한 이 대표의 전략적 판단에서 나온 선제적인 제안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의 독대 제안을 통한 존재감 과시와 더불어 한 대표 스스로 언급했던 의제들로 안건을 좁혀 대화의 당위성을 높이는 등 이 대표의 '실용적인 면모'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신임 당 대표님의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어제 하신 대표 회담의 제의도 대단히 환영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시간과 장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전날 열린 제1회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총득표율 85.4%로 연임을 확정한 뒤 한 대표에게 '대표 회담'을 제안하자 한 대표가 화답한 것이다.

이 대표도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께서 여야 대표 회담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지금 대표 비서실장에게 실무 협의를 지시해놓은 상태"라면서 "빠른 시간 내 만나 민생 문제, 정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한 대표와 회동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두 여야 수장은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야당 대표 자격으로 한 차례 회동한 바 있다. 지난달 한 대표에 이어 이 대표 연임을 계기로 두 번째 대화를 위한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한 대표와의 대화에서 '해병대원 특검법'과 '지구당 부활 문제' 등 의제를 좁혔다. 이 대표는 전날 수락연설에서 "민주당 발의 특검안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한 대표께서도 제3자 특검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열린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이 대표의 제안을 두고 반복되는 거부권 정국에서 정부·여당에게 쏠렸던 비판이 거대 야당의 '책임론'까지 번지자 지지율 회복을 위한 '원포인트' 제안 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뉴스1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서 여당의 새 대표로서 한동훈 대표가 한 말들이 있지 않냐"며 "이재명 대표의 메시지를 비춰볼 때 한동훈 대표의 말과 (정책적인) 교집합이 있다고 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의 메시지를 통해) 머리를 맞대서 할 수 있는 건 해버리자. 국민들에게 중요한 건 실천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 역시 "(합의점이 많은) 지구당 부활과 같은 부분에서는 같이 논의하고 성과있는 것을 만들어 내자는 의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윤 대통령을 향해 제안한 '의제 제한 없는'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선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전날 수락 연설에서 영수회담의 의미에 대해 "특별히 (영수회담 의제로) 제안할 필요가 없고 제한 없이 우리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질 사안, 국가 경영·국정에 중요한 사안들을 다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제를 제안한다고 한다면, 제한된 의제만이라도 만나서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즉, 지난 4월 이뤄진 첫 영수회담때와 마찬가지로 당시 실무진들 사이에서 의제 조율이 이뤄지지 않자 전향적으로 양보했던 모습을 이 대표가 또 한번 보여줌으로서 협치의 이미지와 함께 영수회담 성사의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윤 대통령과의 독대로 이 대표의 존재감을 내비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단칼에 잘라버리기도 어려운 게 대통령실의 고민이다. 영수회담을 지렛대로 이 대표가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셈법에 맞서 국민의힘은 '한동훈 먼저'라는 입장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조건이 성숙하면 당연히 영수회담을 할 것"이라며 "일단은 우리 한동훈 대표를 먼저 만나야 된다"고 밝혔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