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제3자 추천' 수용 가능, 韓 "제보공작 포함"…쟁점 합의 가능성은

박찬대 "제3자 추천안 수용할 수 있다" 기존 부정적 입장서 선회
"민주당 내 부정적 의견 크지만" 협상 테이블서 '수사범위' 뇌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4.8.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구진욱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기존 입장을 선회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별검사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 대표는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의 반격이 재차 이뤄진 가운데 여야가 합의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직무대행은 전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 대표가 언급했던 제3자 추천안도 수용할 수 있다"며 "한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답게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서 특검안을 신속하게 제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직무대행은 "다음 주 금요일(23일)이나 10일 안에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발의한 세 번째 해병대원 특검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일단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내용이 담긴 법안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박 직무대행의 입장 발표 직후 한 대표는 "그동안 (저는) 일관되게 대법원장이 선정하고 무소불위적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제대로 된 특검안을 내자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간 한 대표의 제3자 추천안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정치권은 특검법에 대한 논의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직무대행이 한 대표가 강조한 대법원장 추천안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이용훈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정호영 특검팀이 출범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무혐의 처분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BBK 사례를 예시로 들어 윤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할 경우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도 제3자 추천안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쳐 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4선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참석하고 있다. 2024.8.1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그렇지만 민주당의 입장 선회에는 제3자 추천안 수용이 '거부권 정국'을 타개할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에는 대법원장 추천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매우 크다"며 "만약 국민의힘이 제3자를 대법원장으로 판단한다면 그것을 존중하는 선에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시한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만큼 의미 있는 (국민의힘이)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여달라는 것"이라며 "아무리 늦어도 9월 안에는 협상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를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할 경우 협상을 통해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수사 범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3번째 해병대원 특검법에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해병대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종호 등이 김건희 등에게 임성근의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이라는 내용을 명시했다.

한 대표는 전날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범위에 넣자고 역제안하며 응수했다. 불균형한 수사 범위를 맞춰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김 여사를 겨냥한 만큼 협상 과정에서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의 반발은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언급한 제보 공작 의혹은 최근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이 제기한 내용이다. 권 의원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해병대 골프 모임을 추진하기 위한 단톡방에 참여한 송모 씨와 김규현 변호사가 야권 인사라고 밝혔다. 또한 단톡방 멤버인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 변호사의 통화 녹취록 등이 JTBC를 통해 보도되는 과정에 야권 인사들이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제보 공작 의혹이라고 표현한다면 받기 어렵다"면서도 "이종호 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모두 포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이라면 환영한다"고 밝혔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