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3자 추천+제보공작' 해병특검법…승부수 던졌다

박찬대 '제3자 추천' 수용 가능성에 즉각 입장 내고 추진
반발 친윤계 설득·원칙 지킬 절충안…당내선 아직 신중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4선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2024.8.1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이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을 수용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나오자 "제보 공작 의혹을 포함해 특검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기존 입장을 지켜내는 동시에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 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16일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및 원내대표가 제3자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입장문을 내고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가 언급한 '제보 공작 의혹'은 최근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이 제기한 내용이다. 권 의원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해병대 골프 모임을 추진하기 위한 단톡방에 참여한 송모 씨와 김규현 변호사가 야권 인사라고 밝혔다. 이어 단톡방 멤버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 변호사의 통화 녹취록 등이 JTBC를 통해 보도되는 과정에 야권 인사들이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공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사기탄핵 공작 진상 태스크포스(TF)'을 구성하는 등 총공세에 나선 상황이다.

한 대표가 해병대원 특검법에 '제보 공작'을 포함하겠다고 한 것은 해당 법안에 반발한 당내 주류 계파인 친윤계를 설득하면서 자신의 원칙을 지켜내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당대표 출마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와 무관하게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을 담아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당 대표 당선 이후에는 여당이 민주당의 특검 공세에 반대 논리로 내세워온 '선(先) 수사·후(後) 특검' 원칙을 의식해 발언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제3자 추천 방식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 대표가 임명한 김상훈 정책위의장 역시 MBC 라디오에 출연해 "특검법은 (공수처)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미진할 경우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권 내부에선 일단 신중한 기류다. 친윤계 중진 의원은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분명한 당론이 있는 상황"이라며 "한 대표로부터 새로운 제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한 만큼 당내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 역시 "한 대표가 의견을 듣겠다고 했으니 지켜보는 게 순서"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한 대표의 제안을 받겠다고 한 데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기류도 있다. 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현희 '살인자' 발언, 관심도가 저조한 전당대회 등을 만회하고 방향 전환하기 위한 술수로 보인다"며 "이재명 전 대표는 박 직무대행과 또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자신들을 향한 의혹이 포함된 한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역시 미지수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