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노린 '트로이 목마' 김경수 복권…與 분열 폭탄 됐다

"이재명, 용산 '김경수 복권 않겠다' 제안 거부"…당 분열 차단
윤한 갈등으로 번져…민주 "김경수 복권, 오히려 이재명에 유리"

지난 2018년 10월 30일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오른쪽)와 김경수 당시 경남지사가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 6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은 윤석열 정부가 야당을 향해 쓸 '야권 분열' 카드로 인식됐지만 오히려 '여권 분열'만 야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표정을 관리하는 상황이 됐다.

1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8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절 특별 사면·감형·복권 대상자를 선정했는데, 복권 대상자 명단에 김 전 지사가 포함됐다. 이제 윤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아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이재명 전 대표 '일극체제'인 민주당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김 전 지사는 친노·친문계 대표적인 대권 주자로서, 정계에 복귀할 경우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측은 김 전 지사 복권 소식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 전 지사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의 복권을 요청했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4월 영수회담 전 대통령실 측에서 '경쟁자 제한'을 제안했지만 이 전 대표가 "경쟁자는 많을수록 좋다"며 거부한 사실도 뉴스1의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노린 친명과 비명 간 분란의 소지를 조기에 차단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열 카드를 뒤집어 통합 카드로 활용한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실에서 김 전 지사를 복권하지 않겠다고 제안한 것은) 완전 공작정치다. 야당 파괴 공작"이라면서 "다행스럽게 이 전 대표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이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자 '친명'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1일 자신이 대통령실에 두 사람의 복권 요청 입장을 전달했다고 진실공방을 거들었다.

그러는 사이 전당대회 이후 봉합된 것으로 보였던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균열이 다시 터졌다. 한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자 대통령실과 친윤계에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한 대표는 이달 들어 대통령실에 김 전 지사 복권을 반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으며, 공개적으로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란 것이다. 친윤계 의원들은 한 대표가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친명계 일각에서 김 전 지사 복권이 야권 분열의 계기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현재는 이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유리하다는 자신감도 감지되고 있다.

이미 이 전 대표와 친명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당내 대권 후보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경쟁을 거치는 것이 정당성과 당내 지지를 확보하는 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대권주자들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야 '일극체제', '사당화' 비판을 불식시키는 한편 '컨벤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김 전 지사가 친문계의 구심점이 된다면 민주당 파이가 커지는 일"이라며 "이 전 대표 입장에서도 유능하고 좋은 후보들과 페어플레이해서 대권 후보가 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