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국력이자 청년들의 미래

고동진 국민의힘 국회의원
고동진 국민의힘 국회의원

"반도체 없이 강대국 될 수 없다는 현실 직시해야…반도체특별법으로 대한민국 산업 발전시키고 청년들의 밝은 미래 만들자"

정치하는 사람들은 내가 왜 정치를 하고 있는지, 정치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것인지 명확히 자각해야 한다. 정치인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를 해서, '정치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필자는 현재 사회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과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하자'라는 의식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방법론적으로, 그걸 어떻게 이뤄내느냐는 생각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결국 정답은 '대한민국의 산업발전'에 있다는 결론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오랜 시간 이어져 오는 흐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과 이에 따른 산업발전이 가져다주는 일자리, 경제력, 국력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최근 AI가 촉발한 기술과 환경의 변화에 따른 '반도체산업의 재편 과정'은 우리에게 변곡점으로 다가왔다. 이 변곡점 이전의 반도체 역사를 보면, 다가오는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과거 1950~1970년대 반도체산업의 시작은 IC(집적회로)와 DRAM을 최초로 개발한 미국이었다. 미국이 이노베이션(Innovation)으로 '반도체의 표준'을 만들었다면, 일본은 1980년대에 일본 특유의 카이젠(改善) 전략 및 문화를 반도체에 접목시켰다. 미국이 만들어 낸 반도체 공정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결국 NEC, 도시바, 히타치, 후지쓰, 마쓰시타 등을 육성했고, 그 결과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중 일본이 무려 6개를 차지하게 된 한편, 전 세계 시장점유율 80%를 돌파하여 미국으로 하여금 위협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 등 일본 제재 트리거를 작동시켰는데, 한국과 대만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반도체 시장에 틈이 생겼고, 이로 인한 기회가 찾아왔다. 그 기회를 통해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대만은 파운드리에 주력해서 국가 경제가 성장했으며, 세계의 주요 산업국으로서 현재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2010년대에 돌입해서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하게 되는데, 중국 또한 미국과의 패권적 관계 문제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견제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역사와 현재의 진행 경과를 짚어보는 과정에서, 현재 AI라는 기술이 고도화 및 본격화되는 것은 21세기 국제 정치·경제·안보의 핵심 전략자산 및 전략산업이었던 반도체가 또다시 급격하게 변곡점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을 뜻한다. 필자는 이러한 기술의 발달과 세계의 패권적 현재 정세상 대한민국에는 다시 한번 '기회의 길'이 열린다고 보는 것이다. 아니, 이미 그 길은 열렸고 우리는 그 길로 전력 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반도체의 미래를 두고 대한민국의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또 전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이 한창인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가?

대답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시장점유율 61%를 기록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는 더욱더 잘하고 상대적으로 국제경쟁력이 약한 팹리스(시장점유율 1%), 시스템반도체(시장점유율 2.3%), 파운드리(시장점유율 13.9%)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통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 대만 현지에서는 호국신산(護國神山), 즉 '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산'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TSMC를 보라. 대만의 국가적 차원 '반도체산업 진흥 프로젝트' 일환으로 당초에 공기업으로 설립된 회사가 최근 전세계 시총에서 8위까지 올랐다.

당시 대만 정부 산하 공업기술연구원장이었던 장중머우(張忠謀, 모리스 창) 박사(TSMC 설립자 및 초대 회장)는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트랜지스터의 생산 라인을 담당하는 등 20년 넘게 근무하며 부사장까지 오른 인물인데, 세계 반도체산업의 흐름이 개발과 생산이 분리되는 상황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지금의 TSMC를 설립했다.

필자는 대만이 앞을 내다본 것을 대한민국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도 앞으로 충분히 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그 전제 조건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미 민간에서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을 투입해서 경기 남부에 세계 최대 생산(월 웨이퍼 770만장)이자 세계 최고 규모(2102만㎡)를 지향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일단 이 반도체클러스터가 적기에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반도체에서는 인수전 즉 '인력, 수력, 전력'에 '쩐의 전쟁' 이른바 자본이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전력'이다. 반도체는 전력이 1초라도 끊기면 웨이퍼 및 칩 결함 발생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전력이 그만큼 무척 중요하다. 클러스터에는 향후 총 10GW의 전력량이 필요한데, 이는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1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문제는 송전망이 클러스터 조성에 맞게 적기에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 국가기간산업의 송전망을 누적적자 200조원인 한전에만 전담해서 맡겨놓을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국비로 그 설치를 전액 지원함과 동시에 관련 인허가와 보상 절차들을 단축시켜서 속도감을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 직접 보조금 지원이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은 정부 차원에서 천문학적인 국가 보조금을 지원해서 반도체산업의 미래 기틀을 닦고 있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세제지원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마저도 조세감면액의 20%를 농어촌특별세 명목으로 다시 환부하도록 돼 있어 실질 공제율은 더 낮아지게 될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세제지원 자체가 올해 일몰될 위기에 있다는 게 반도체산업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반도체산업을 대한민국의 핵심 기간산업으로 보고, 국가 차원에서 보조금 투자를 해야 한다.

당국자들이 세계 시장의 돌아가는 상황과 산업의 최일선 현장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반도체는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야 결과물이 나오는 자본집약형 산업이다.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원해서 반도체 기업들이 하루라도 더 빨리 이 반도체 전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또 향후 12~15년 이내에 우리나라에서도 TSMC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토대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행정부가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그쳐선 부족하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대한민국이 반도체산업의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진정으로 반도체 주권을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선 반도체클러스터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근본적 차원의 반도체산업 Ecosystem을 지원하는 동시에 활성화시켜야 한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파운드리 분야를 예로 보자. 파운드리는 IP기업, 디자인하우스 등 생태계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생태계 경쟁력'이 곧 파운드리의 경쟁력이다.

TSMC를 보더라도, OIP(Open Innovation Platform) Ecosystem이라는 생태계 협력사들간의 강력한 파트너십이 있다. 이런 파트너십이 있기 때문에, 애플, 퀄컴, AMD,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이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TSMC와 같은 파운드리 기업이 나오려면 IP,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의 국내 기술력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역량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충분한 자금 지원을 해주는 범정부 차원의 '국내 반도체 생태계 지원 및 활성화 대책'의 수립·시행이 시급하다.

파운드리뿐만인가? 반도체의 경우 제조 공정 전체가 '다각적인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 전반의 국내 생태계가 풍부해지고 건강해진다면 '팹리스의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AI 기술의 고도화'는 기구축된 팹리스 시장의 틈새를 넓혀줄 것이다. 이때 우리나라는 기존의 공고화된 GPU 등 시스템반도체에서 탈피해 NPU 등으로 새로운 팹리스 시장을 개척하고 주도권을 쥘 필요가 있다. 현재는 팹리스에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가 하기 나름에 따라, 이 위기가 엄청난 기회로 작용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종합적인 차원에서 필자는 반도체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

'이제는 반도체가 국력이고, 반도체가 청년들의 미래다'

앞으로 반도체 전쟁의 승패 여부는 '속도와 시간'의 싸움에서 결정될 것이다. 필자가 볼 때 향후 4~5년이 골든타임이다. 이때를 놓치면 대한민국의 산업발전은 뒤처지고 결국 청년들의 밝은 미래도 놓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필자는 이같은 문제의식으로 지난 6월 19일 제1호 법안인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아무쪼록 정치권에서는 반도체특별법을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키는 협치를 보여주길 바라며 정부 측은 반도체 기업들과 같이 손을 잡고 대한민국의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명확한 비전과 의지, 그리고 실천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소망이다.

그게 우리 청년들과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책임 있는 어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다. 필자도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의 말씀을 드리면서 글을 맺는다.

/고동진 국민의힘 국회의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