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입법 사라진 상임위 '청문회용' 전락…尹 타깃 공세
11개 상임위 독식 野…수사 외압·의정갈등까지 청문회
해병특검법 3차 발의 예고…여야 민생 협치 곳곳 암초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22대 국회 상임위원회가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공세의 장으로 변모했다. 주요 상임위를 독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 3차 재발의에 이어 마약수사 외압 의혹, 반년째 지속된 의정 갈등을 비롯한 정부 실책에 연일 강경 대응하고 있는데, 상임위가 법안 심사 본연의 역할을 잃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8일 국회에 따르면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과 청문회 서류제출 요구의 건, 청문회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의 건을 채택할 예정이다.
마약수사 외압 의혹은 지난해 서울 영등포 경찰서가 필로폰 밀반입을 도운 세관 직원들을 수사한 내용을 언론에 브리핑하려 하자 보도자료에 기재된 관세청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는 지시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떨어졌다는 내용이 골자다.
조병노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은 공식 지휘계통에 없었음에도 불구, 수사팀을 이끌던 백해룡 당시 영등포서 형사2과장(경정)에게 연락해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내용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백 경정은 지난달 29일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찬수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에게서 "이 사건을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브리핑을 연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발언했다.
조 경무관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핵심으로 지목됐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 전 대표는 한 녹취록에서 조 경무관을 두고 "별 2개 달아줄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경찰판 해병대원 사건'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행안위 위원들은 입장문 통해 "마약 수사 초기 보고를 할 때만 해도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접 '훌륭한 성과'라고 격려한 사건이 일주일 후 '용산이 괘씸하게 보고 있다'는 말 한마디를 시작으로 전방위적인 외압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백 경정과 조 경무관을 포함한 증인 명단이 야당 단독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교육위원회는 지난 2월 의대정원 증원 확정 이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 사이 갈등을 되짚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청문회 계획을 잡을 예정이다.
교육위 전체회의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 실시계획서, 청문회 자료 제출 요구의 건,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의 건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이날 국회에서 소위 구성안건을 의결하고 오는 16일 교육위와 함께 의대정원 연석 청문회를 열 준비에 나선다.
이번 청문회는 '의과대학의 발전을 위해 교육부 청문회 요청에 관한 청원'이 국민동의청원 동의 요건인 5만 명을 넘으면서 청원이 교육위로 회부됨에 따라 열렸다. 청문회에서 야당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추진 과정의 준비 미흡 문제를 재차 검증할 전망이다.
앞서 국회 복지위는 지난 6월 복지부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실시했지만 2000명 확대 결정 경위와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거듭하면서 의정 갈등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당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대국민 사과 의향을 묻는 말에 "사태의 모든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해병대원 특검법, 노란봉투법, 방송4법 등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며 정부·여당과 연일 충돌했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 3차 재발의를 예고해 향후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여당과 충돌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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