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민심에 한풀 꺾인 정쟁…22대 첫 여야 합의처리 법안 기대감
여야 원내대표·정책의장 대화 복원…'민생 법안' 협치 공감대
간호사법·전세사기특별법·티메프·전기료 감면 등 합의 주목
- 박소은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정쟁으로 일관하는 22대 국회에 대한 싸늘한 여론에 거대 양당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누그러지는 양상이다. 민생 법안을 매개로 서로에게 유화 제스처를 보이며 협치 싹을 틔우고 있다. 여야 정책위의장은 첫 상견례를 마친 뒤 민생법안 관련 공통 분모를 확인했고, 쟁점을 조율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며 입을 맞췄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8월 임시회 정쟁 휴전을 선언하자"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월 원내대표 회의에서 여야 간 이견이 없거나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을 임시국회에서 여·야·정 협의를 하자고 제시한 바 있다"며 "바로 여야 원내 수석 간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실무 협상에 나서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같은 날 "현재 경제 위기는 윤석열 정부 힘만으로 돌파하기 어렵다"라며 "정부 대책 상당수는 입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들이다. 이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선 정부·여당, 야당이 모두 참여하는 정책 논의 기구가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 정부와 국회 간 상시적 정책협의 기구를 구축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강대강 대치만 보여오던 여야가 민생법안 협의 타진에 나선 배경으로는 대중들의 정쟁 피로감 및 지지율 하락 역풍 등을 두루 감안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티몬·위메프 사태와 연일 이어지는 '최악 폭염', 미국발(發) 증시 폭락 등 외부 환경의 변화가 최근 여야의 태세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여야의 전향적인 기류도 속속 포착된다. 5일 우원식 국회의장, 추경호·박찬대 원내대표 간 정례 오찬 회동에 이어 7일에는 김상훈·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상견례를 가지며 민생 현안을 논의했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면담에서 △간호사법 △돌봄·육아·지역인재 육성 관련 법안 △임대주택 공급 관련 법안 등을 논의 테이블에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현재 전세사기특별법을 두고 상임위에서 여야 간 상당한 수준의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경매로 낙찰받고, 차익으로 피해자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여야가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안인 민주당의 '현금성 지원'을 정부여당이 '임대료 지원'으로 갈음하며 협의에 이른 셈이다.
이외에도 양당 대표·직무대행이 거론하고 있는 혹서기 취약계층 전기요금 지원 방안,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관련 후속 조치,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에서 협치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당론을 정리하지 못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논의는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과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개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금투세 폐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그간 '부자감세'로 규정해 금투세 폐지를 반대해온 민주당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선회하기엔 머쓱한 상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박찬대 직무대행이라도 상관없으니 저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민생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며 재차 압박에 나섰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에 차기 당대표 선출 이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당대표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후보가 금투세 완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 입장변화 가능성도 상당하다. 민주당은 8·18 전당대회 이후 금투세에 관한 당론을 모아가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법) 관련해선 여야 간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여야 연금개혁 특위 또한 시각차로 조속한 결론을 내기 요원해 갈등 재점화의 불씨로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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