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야당 리드"…베일 벗은 한동훈표 민생 정책

티메프 사태 야당과 차별화…민주에 정책 제안
금융투자세 폐지·격차해소 등 총선 공약 이어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7.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한동훈표 정책 기조가 베일을 벗고 있다.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와 주식 폭락 사태, 폭염을 비롯한 민생 현안에 즉각 대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속도감'이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한 대표가 공약했던 제3자 특별검사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 추진을 둘러싼 당 안팎 협의는 풀어야 할 숙제다.

한 대표는 취임 2주째인 7일까지 티몬·위메프 대금 및 환불 지연 사태·혹서기 전기료 감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포함한 민생 현안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친한계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민생 정책에 대해 야당에 협의도 제안하면서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물밑에서 비공개적으로 정부와 소통하는 데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불거진 티메프 사태 대처를 위해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에게 긴급현안 질의를 요청했다. 한 대표 요청에 따라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현안 질의에서 구영배 큐텐 대표는 "국민들께 사죄드린다"며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했다.

곧이어 국회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대처 당정협의회에선 이번 주 중 일반 상품에 대해 환불 작업을 하겠다는 당정의 대책이 발표됐다. 피해 업체에 대해선 2000억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과 3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방안도 내놨다.

신속한 당정 협의로 대안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집권여당의 강점을 활용, 야당과 차별화를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 탄핵안을 쏟아내며 공세 중인 민주당에는 민생 정책에 대한 초당적 협치를 주문하며 정책 경쟁을 리드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는 설명이다.

22대 국회 개원 두 달여간 정쟁으로 공전하던 여야는 한 대표의 제안으로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한 대표는 지난 5일 열린 회의에서 취약계층의 전기료를 감면하는 법안을 여야가 합의처리하자고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전기료 감면뿐만이 아니라 시급한 민생 입법의 물꼬를 트기 위해 정책위 의장 간 논의 테이블 구성하고 여야 협의를 시작하자"고 답했다.

한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검토했던 공약도 당대표 체제에서 연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투세, 격차 해소 정책이 대표적이다.

한 대표는 전날 취임 후 첫 당정회의에 앞서 국내 주식시장 폭락 사태와 관련해 "증시 하락으로 국민 걱정이 크다. 정부에서 자신감과 신중함을 가지고 투자자를 안심시킬 조치를 강구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이번 폭락 때문이라도 (여야가) 금투세 폐지에 대한 초당적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를 선언한 공약이다. 한 대표도 총선 당시 "1400만 개인투자자 독박 과세이자 외인, 기관의 세금을 깎아주는 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금투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 대표가 폭염 대책으로 전기료 감면을 발표하며 "폭염 피해도 취약계층과의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내용도 지난 총선 공약과 맞닿아있다. 지역·세대·성별을 비롯한 '격차 해소'는 지난 총선 당시 한 대표가 당 공약개발본부에 직접 주문한 공약의 핵심 키워드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총선 때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선거에 이기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면 이제는 정부와 협력해 민생을 살피는 정책을 위주로 민생 현안에 대한 언급을 늘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한 대표가 제안한 금투세 폐지안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연금개혁, 저출생 대책을 비롯한 장기적 정책 과제도 한 대표의 숙제다.

게다가 한 대표가 당대표 출마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와 관계없이 제3자 특별검사 추천 방식으로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숙고 과정에서 야당 압박 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