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 않던 여야, 성난 민심에 움찔…민생 법안 '오월동주'

티메프·폭염·증시 폭락에 숨고르기…이례적 '협치' 목소리
전세사기특별법·간호법·금투세 논의 주목…정쟁 뇌관은 여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방송장악법 거부 피켓을 들고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위편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채해병 특검법 재의표결 찬성 현수막을 들고 대치하고 있다. 2024.7.2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여야가 '이견 없는 민생 법안 우선 처리'에 일부 공감대를 형성하며 협력에 전향적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해병대원 특검법·방송4법 등 정쟁 법안으로 점철된 22대 국회에 대한 싸늘한 여론을 여야 모두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야당은 대여 강경 일변도에 대한 대중들의 피로감이 쌓이며 지지율 하락 역풍이 불지 않을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온 여당은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강대강 대치만 보여오던 여야가 민생법안 협의 타진에 나선 것은 이같은 양당의 고민이 배경으로 꼽힌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사태'와 연일 이어지는 '최악 폭염', 미국발(發) 증시 폭락 등 외부 환경의 변화가 최근 여야의 미묘한 태세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22대 국회가 개원 두 달을 넘겼지만 정쟁에 치중해온 여야가 합의로 처리한 법안은 전무한 상태다. 경제·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국회에서 이를 뒤로한 채 정쟁만 이어간다는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이를 의식한 여야에선 그동안과 다른 전향적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과 추경호·박찬대 원내대표간 정례 오찬 회동에서 첫 물꼬가 트였다. 매주 진행하던 정례 오찬이 본회의장 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중단된 지 2주 만이다.

정례 오찬 회동 후 추 원내대표는 "앞으로 (여야가) 대화를 잘하고 정쟁 없이 좀 해나가자 하는 데 대해 서로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 또한 "지금 여야 간 맹렬하게 언급되고 있는 것은 '전세사기 특별법', '간호법'이 상임위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다"며 "합의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최대한 합의를 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당 대표가 언급했음에도 뒷전으로 밀렸던 민생 관련 법안들도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금투세 폐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재명 전 대표도 여기(금투세)에 대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히신 걸로 안다"고 언급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가 폭염기 취약 계층 전기료를 감면하는 법안을 여야 민생 법안으로 협의하자고 했다"며 "전기료 감면뿐만 아니라 시급한 민생 입법에 물꼬를 트기 위해 정책위의장 간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고 여야 협의를 시작하자"고 전향적 모습을 보였다.

다만 민주당이 전날 당론으로 채택한 양곡관리법·한우지원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은 여야 갈등을 다시 촉발할 수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이 법안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려보낸 법안들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법안을 일방 처리한 뒤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생을 외면하는 정권'이라는 공세 카드를 빼들어왔다. 이같은 프레임을 민주당이 전면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나아가 이미 진행 중인 해병대원 특검법·방송4법 등 정쟁 법안들의 처리 여부와 각종 정무적 현안들을 둔 기싸움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협치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금개혁, 세제 관련 정책 등에 있어서도 시각차가 커 갈등 재점화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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