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초연결과 위험사회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그룹장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그룹장

우리는 다양한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위험은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난이나 화재, 교통사고, 시설물 붕괴 등과 같은 사회재난을 넘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출현하기도 한다. 지난 19일 마이크로소프트(MS)발 글로벌 정보기술(IT) 대란은 보안패치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이로 인해 항공사, 은행, 언론사를 포함한 수많은 글로벌 기관들의 서비스가 예기치 않게 중단되었다. 초연결사회로 진화하는 우리의 일상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과 불안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1986년 발간한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당시 아직 도래하지 않은 21세기를 '위험사회'라고 명명했다. 위험사회는 위험이 사회의 중심적 현상이 되는 사회이며 위험을 결정하기 위해 늘 점검해야 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울리히 벡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위험사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보통신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우리의 일상은 편리해지고 사람, 데이터,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실현되고 있지만 하나의 시스템이 마비될 경우 그 파장은 연결되어 빠르게 확산된다. 우리는 이미 몇 번의 상황을 경험했다.

2018년 11월 KT 통신구 화재사고는 인근 지역의 통신은 물론, 식당과 커피숍의 카드결제, 현금지급기 사용, 병원의 환자 진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차질이 빚어져 혼란을 가져왔다. 2022년 10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가 제공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다운된 적도 있었다. 카카오 서비스를 활용하는 매장은 예약, 상담, 결제 등 기본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었고, 택시기사, 퀵서비스 기사는 콜을 받지 못해 생업에 지장을 받았다.

오늘날 정보의 축적과 기술의 발달로 비 올 확률은 예측할 수 있게 되었으나 정전이 발생하거나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예상치 못한 전력망의 붕괴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게 된다면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 모두 멈춰버리게 되고 순식간에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미래를 예측할 때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할 경우 거대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건을 엑스 이벤트(X-event)라고 한다. 엑스 이벤트 자체가 꼭 피해를 주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희박한 가능성일지라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보사회, 초연결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이라는 위험을 차단하고자 디지털의 편리함 대신 아날로그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기업도 있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일본 기업인 화낙(FANUC)은 최첨단 로봇을 만드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디지털 기기는 물론 이메일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기술 유출에 극도로 민감하여 팩스와 종이를 사용하여 기밀 유출을 방지하고자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첨단 로봇을 만드는 기업의 시대를 역행한 아날로그식 경영관리는 위험을 예방하고자 하는 또 다른 선택이기도 하다.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는 이미 오래전 제시된 개념이지만 오늘날 새로운 울림으로 다시 전해진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위험도 커지게 되어 디지털시대, 초연결사회에서는 위험의 전염도 더 폭넓게,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디지털시대와 초연결사회가 베푸는 일상의 편리함과 혜택, 풍요의 이면에는 우리가 치러야 할 위험에 대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백업시스템의 구축, 재난 시의 매뉴얼 마련, 피해 보상 및 복구 방안 점검 등 철저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더 나아가 초연결사회가 초위험사회로 전환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깊이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그룹장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