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 취소 부탁' 미풍일까 태풍일까…與 전대 오늘부터 투표

韓 "신중치 못해" 사과에도 파장…羅 "진정성·진실성 없어"
"대세론 꺾긴 좀…대표 돼도 '입 리스크' 장기 영향"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4.7.1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7·23 전당대회 투표가 19일 시작된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으로 시작된 전당대회가 '어대한'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대 종반을 강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소 취소 부탁' 폭로에 당내 내홍이 분출하면서 당심의 향배가 주목된다.

여권에 따르면 투표 첫날인 이날에도 '공소 취소 부탁' 폭로의 여파는 수그러들지 않는 형국이다. 한 후보 지난 17일 CBS 주최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경쟁 상대인 나경원 후보를 향해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발언 직후 여당 내에서는 한 후보 발언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다. 같은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윤한홍 의원은 '의원 대화방'에서 "우리 당 대표가 되겠다고 하신 분의 말씀이 맞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김기현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폭주하는 민주당의 악법을 막는 정의로운 일에 온 몸을 던졌다가 억울한 피해자가 된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은 못 할망정, 2차 가해를 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흠 충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등 영남을 비롯한 당심에 영향력이 큰 광역단체장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한 후보는 전날 "신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파문이 쉽사리 진화되긴 힘들어 보인다. '1강' 한 후보를 견제하는 당권주자들은 1차투표 과반 저지를 위한 공세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나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과에 진정성도, 진실됨도 없었다"며 "패스트트랙 투쟁을 대하는 한 후보의 인식은 민주당, 조국혁신당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저 '단순 범죄' 정도로 치부하고, 부당한 기소의 철회를 호소한 저를 '개인적 부탁'이나 하는 사람으로 몰아갔다"며 "보수의 정치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 몰아세웠다.

원희룡 후보도 페이스북에 '헬마우스'라는 제하의 게시글을 통해 "'패스트트랙 가짜 사과'로 동료의원과 당직자 등 당원들의 가슴을 후벼파더니, 이제는 대통령까지 끌어들인다"며 "한 후보님은 당대표가 아니라 당원으로서도 자격미달"이라고 가세했다. 한 후보가 전날 방송토론에서 "그때 그 기소를 한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이다. 법에 따라 기소된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삼았다.

여권에서는 '공소 취소 부탁' 이슈가 '대세론'을 꺾을 만큼 파급력은 아니라면서도,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향후 지도부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당 관계자는 "당원 활동하는 사람으로서는 인간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면서도 "한 후보의 대세론을 깨려면 굉장히 센 이슈여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별개로 당에 대한 이슈기 때문에 영향이 없을 것 같진 않지만 지지도 차이를 뒤집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지도부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됐을 경우 '입 리스크'가 친윤이 아닌 사람들도 비토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당대회 선거인단 투표는 이날부터 이틀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모바일로 진행된다. 21~22일엔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진행한다. 21~22일에는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가 이뤄진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