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대, 시작도 끝도 '한동훈 난타전'…비전·쇄신 실종

羅·元 "당에 애정도 자격도 없다"…韓 "사과했지만 거절이 맞아"
'공소 취소 부탁' 결정타…갈등 봉합 미지수 '분당대회' 탄식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나선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7.18/뉴스1 ⓒ News1 국회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박소은 서상혁 기자 =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한동훈 후보를 둘러싼 여러 의혹 제기와 이에 대한 한 후보의 반박으로 점철됐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각 5차례 진행된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에서 당의 미래와 쇄신안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

'특검 찬반', '윤심', '문자 무시', '댓글팀', '지지자 폭력 사태' 등에 이은 '패스트트랙 공천 취소 부탁' 폭로 논란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당대회를 거치며 계파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패였다. 전당대회가 아닌 '분당대회'가 됐다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공소 취소 부탁' 羅·元 "자격 없다" 맹공…韓 "거절하는게 맞아"

나경원 후보는 19일 KBS 5차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지난 17일 한 후보가 제기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요청 관련 "아직도 검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권이 바뀌었으면 잘못된 탄압용 보복 기소는 정리해 주는 게 맞다. 잘못된 기소에 대해 수수방관한 것을 바로 잡아달라는 저의 요청을 개인적 청탁으로 알리는 자세를 가지는 분, 당대표는커녕 당원으로서 자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후보 역시 "윤석열 정부는 패스트트랙, 검수완박, 연동형 비례제를 막는 투쟁이 밑거름이 돼 탄생했고 한동훈 후보도 장관이 될 수 있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당연히 잘못된 기소를 바로잡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많은 당원·당직자·보좌진이 몸을 사리지 않고 이재명 전 대표와 무도한 야당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당에 대한 애정이 없고 정무적 상황을 풀어가기 위한 책임감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 후보는 격앙된 당심을 감안해 공개 사과하며 한발 물러서면서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공소 취소를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그 말(패스트트랙 공소 취소)을 꺼낸 것 자체가 부적절했고, 당시 패스트트랙으로 고통받은 당원들 마음을 배려해야 했기 때문에 사과를 드린 것"이라며 "다만 법무부 장관으로선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거절해야 맞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원 후보는 한 후보의 패스트트랙 관련 발언을 집요하게 거론하며 부각했다. 한 후보 또한 "답변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는 등 강하게 맞받았다.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며 윤석열 정부와 여소야대 정무적인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한 방안이나 당 쇄신안에 대한 비전 경쟁은 완전히 묻혔다.

나아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형성된 감정의 골이 당대표 선출 이후에도 불씨로 남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2007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시절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겪으며 격렬하게 충돌했고, 이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법무적' 관점과 '정무적' 판단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어떤 후보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세력 간 분쟁이 재점화할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나·원 후보뿐 아니라 당시 패스트트랙 사건에 얽혔던 당내 중진 의원들, 지역자치단체장 또한 한 후보의 발언을 두고 비판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김 여사 문자·사천·댓글팀 의혹에 지지자 간 폭력 사태

특히 이번 전당대회 기간 여권 내에서 폭로전이 펼쳐진 것은 비단 5차 토론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첫 TV토론회가 있던 지난 9일 나경원·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한 후보는 "여사가 사과 뜻이 없다는 걸 여러 경로로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11일 두번째 토론에서 원희룡 후보는 '밀실 공천(사천) 의혹'과 사설 여론조성 팀 의혹,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 의혹 등을 두고 정계은퇴까지 거론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토론이 격화되자 지난 15일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선 지지자들끼리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당초 전당대회를 통해 총선 참패를 극복하고 비대위 체제에서 전환해 당을 수습하겠다는 구상이 무너지고 있다는 탄식도 함께 나왔다.

후보들 간 네거티브가 위험 수위에 오르자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원·한 캠프를 대상으로 주의 및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윤리위원회 또한 과열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 차원의 제재에 16일 '해병대원 특검법 입장', '대권 도전 여부' 등에 대해 질문 공세를 퍼부었지만, 한 후보에 대한 견제가 다소 잦아들기도 했다.

이후 17일 4차 토론회에서 나 후보는 한 후보에게 법무부장관 재직 시절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가 나 후보를 향해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다고 맞받으며 불똥이 당 안팎으로 번져나갔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부터 이번 전당대회의 마지막 6차 TV토론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같은 날 선거인단 대다수가 참여하는 모바일 투표가 시작된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