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나경원에 직접 사과 없어…패스트트랙 '입 리스크' 진행형

韓, 이날 오후 SNS에 사과문 게재 후에도 재차 몸 낮추며 "토 달지 않겠다"
당대표 후보뿐 아니라 원내 중진들도 '부글'…"보수 신념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간담회 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투쟁 폄훼 한동훈 후보 당대표 자격 없다'가 적힌 피켓을 든 이희원 서울시의원(국민의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7.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박기호 서상혁 신윤하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다는 발언을 두고 사과했지만, 당내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 당시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아직도 재판받고 있는 당내 중진 의원들이 "보수 가치에 공감하지 못한다"라며 비판 공세에 뛰어들고, 무계파를 천명하던 의원들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서다.

한 후보는 18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었다.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전날 "야당에서 법적으로 문제 삼을 부분은 없다", "토론에서 예시 하나 든 걸 가지고 이렇게 나오고 있다"라고 각을 세웠던 입장에서 선회했다. 하지만 나경원 후보의 '공소취소 부탁'을 폭로한데 대해 나 후보에게 직접 사과하는 발언은 없었다.

한 후보가 입장을 바꾼 배경으로 당 안팎에서 이어지던 중진들의 비판이 꼽힌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참여한 텔레그램 방에 '한동훈, 나경원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이라는 기사가 올라왔고 윤한홍 의원은 "의원 개인의 비리 기소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공수처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아내기 위한 우리 당의 총력 투쟁이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열받아 한마디 하겠다. 부당한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수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보수 가치에 대한 공감에 의심이 든다"며 "한 후보님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시고 사과를 촉구한다"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번에 목소리를 낸 의원들은 그간 당대표 선거에서 뚜렷한 입장을 낸 적 없다는 점이 한 후보의 리스크로 꼽힌다. 윤한홍 의원뿐 아니라 권성동·김정재 의원 등은 7·23 전당대회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번 폭로가 터지고 나서 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곽향기·이희원 서울시의회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의원간담회에 방문한 한 후보 앞에서 '패스트트랙 투쟁 폄훼 한동훈 후보 당대표 자격 없다', '文 정권 불법엔 면죄부 동료 패트투쟁엔 기소강행? 보수 신념 없는 기회주의자 한동훈 사퇴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기도 했다.

한 후보는 공개 사과를 한 후에도 원내외에서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비판이 계속되자 재차 몸을 낮추기도 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의원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저도 말하고 아차했다. 괜히 말했다고 생각했다"며 "조건 없이 사과의 말을 올린 것이고 토를 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간에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당대표가 되면 당을 위해서 시민 권익을 위해서 나서서 재판받고 계신 분들이 피해받지 않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가 공수처법,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막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원내대표, 강효상·김명연·김정재·민경욱·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은재·정양석·정태옥·곽상도·김선동·김성태·박대기·박성중·윤상직·이장우·이철규·김태흠·장제원·정갑윤·홍철호 의원 등 현직 의원 23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