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의장, 여야 무한대치 일단 제동…타협 정치 시험대
우원식, '방송4법' 중재안 제안…野 '수용' 與 '난색'
민주 내부선 불만 목소리도 "민주당 시간만 발목 잡아"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여야가 '방송4법'을 두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부 반발 속 우 의장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은 '결정 범위를 벗어난다'며 난색을 보였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 의장은 전날 경색된 여야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에 관한 중재안을 제시했다.
우 의장은 정부·여당에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 중단과 방송통신위원회 운영 정상화를, 야당에는 방송4법 강행 중지와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탄핵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1주일간 '냉각기'를 가지며 범국민협의체를 구성해 합의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은 우 의장의 국회 운영에 대한 깊은 고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원 특검법 강행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법제사법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밀어붙였다. 여기에 또 다른 뇌관인 방송4법마저 민주당의 주장대로 강행한다면 여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 의장은 전날 '제76주년 제헌절' 행사에서 진행된 2차 사전환담회에서 "최근 너무 갈등이 심해서 개원식도 채 못하고 제헌절을 맞이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죄송스럽단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민주당이 강하게 요구한 18일 본회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회 분열이나 국론 분열이 지금 우려 수위를 넘어서 위험 수위까지 치닫고 있기 때문에 입법수장이 여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중재도 안 하는 것은 직무 유기"라며 "일주일간 중재와 설득을 최대한 하고 대응하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우 의장의 의견을 존중해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 후 기자들을 만나 "의장이 방송법에 대해 24일까지를 시한을 제시했으니 저희는 그 기간까지 다른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25일 본회의는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의장께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여야에 한발씩 물러날 것과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제안하신 것에 대해 저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위법적인 2인 구성도 모자라 1인 구성으로 밀어붙이는 방통위의 일방통행식 방송장악 시도가 먼저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7월 임시 국회에서 반드시 방송4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아울러 이진숙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우 의장이 제동을 걸어 민주당의 시간만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비토의 목소리가 있었다. 노 원내대변인은 "특정 법안을 중재하겠다는 의장의 고뇌와 진정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사례가 반복돼서는 곤란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냉각기 아니고, 시간 낭비 방송4법 원점 재검토 반대"라며 "협치는 이성적인 상대와"라고 적었다. 앞서 강 의원은 "아쉽다, 추미애"라고 게시글을 올렸지만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한 민주당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정부가 MBC를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해 보이는 상황에서 일정을 중단하는 것은 민주당의 시간만 발목 잡는 꼴이 된다"며 "일주일의 시간을 줬지만 그 중간에 청문회가 껴 있는 상황이다. 협상하려면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의 중재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당의 결정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사 선임 절차 중단은 여당에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 의장의 중재안이 민주당의 방송4법 강행 명분을 쌓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여당이 받지 못할 제안을 한 후 민주당의 기존 요구대로 25일 본회의를 개의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의장께서 좋은 의도를 갖고 제안해 주셨다 생각하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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