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소취소 부탁' 거절…與 단톡방 "우리당 아픔 후벼파"
의원 단체 대화방서 "당대표 되겠다는 분 말이 맞는지 믿을 수 없다"
"보수 가치에 대한 공감에 의심…사과하라" 공개 비판도
- 박기호 기자,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송상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전날 "법무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재판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 18일 당내에서 집단 반발이 나오고 있다. 현역의원들이 참여 중인 단체 대화방을 비롯해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참여한 텔레그램방에 한동훈, 나경원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이라는 기사가 올라왔고 윤한홍 의원은 "의원 개인의 비리 기소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공수처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아내기 위한 우리 당의 총력 투쟁이었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어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공소 취소가 될 것이라고 다들 믿었다"며 "당대표가 되겠다는 분이 한 말이 맞는지 믿을 수 없다"고 썼다.
이철규 의원 역시 "저도 27번 피고인"이라면서 "지난 15일 31회차 공판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속한 집단과 공익을 위한 것인지 분별해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잘못된 기소는 취소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김정재 의원도 피고인이 된 이유는 투쟁을 한 죄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현역 의원들의 이 같은 글에 10여명이 넘는 의원들이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적으로 한 후보를 겨냥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1월 22일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당내 변호인단과 간담회를 가졌다"며 "당시 당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변호인단이 고생한다는 보고를 받고 격려 차원에서 간담회를 한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작 한 후보는 청탁 프레임을 들고나왔는데 이는 청탁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희대의 악법을 다수의 폭압으로 통과시켰고 우리 당 의원들은 최후의 저항 수단으로 단일대오로 나섰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의 태도를 보면 이율배반적 면모가 점점 더 자주 보인다"며 "우리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열받아 한마디 하겠다. 한 후보님의 폭로에 경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당신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화양연화의 검사 시절을 보낼 때 우리는 좌파와 국회에서 처절하게 싸운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부당한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수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보수 가치에 대한 공감에 의심이 든다"며 "한 후보님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시고 사과를 촉구한다"고 했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가 공수처법,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막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원내대표, 강효상·김명연·김정재·민경욱·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은재·정양석·정태옥·곽상도·김선동·김성태·박대기·박성중·윤상직·이장우·이철규·김태흠·장제원·정갑윤·홍철호 의원 등 현직 의원 23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현재 재판도 진행 중이다.
한 후보는 전날 당대표 경선 방송토론에서 나경원 후보로부터 법무장관 시절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자 "나 의원께서 제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 저는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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