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 역풍에 화들짝…'검사→尹 탄핵 청문회' 급선회

탄핵소추 사유 '부실' 지적…피소추자에 고소 당하기도
尹탄핵청문회 우호적 환경…해병특검·김건희특검 '동력'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간사선임 등과 관련 찬반 표결을 하고 있다. 2024.7.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이른바 '비위검사 4명' 탄핵 조사를 밀어붙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우선 추진으로 당력을 급선회했다. 이재명 전 대표 '방탄'이란 따가운 눈총과 비위검사로 지목한 이들의 허술한 탄핵 사유가 부각되며 역풍 조짐이 일자 전략을 수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에 관한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채택했다. 탄핵청문회는 오는 19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 탄핵청문회 일정을 고려하면 검사 탄핵 절차는 이달 내 진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 등 야당 법사위 위원들이 두 일정을 동시에 준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탄핵청문회를 우선 추진하고 검사 탄핵 절차는 잠시 보류하는 것으로 대여 투쟁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사 탄핵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도 전략 수정의 적지 않은 요인으로 꼽힌다. 탄핵소추 대상으로 꼽은 검사들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사건을 수사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방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해당 검사들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검사 탄핵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사위에서 검사들을 조사할 경우 해당 검사가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들에 대해 외부적 압력이 작용해 재판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민주당의 검사 탄핵에 대응하기 위한 '법치주의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도 했다.

탄핵소추 사유로 꼽은 내용이 대부분 구체적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 수준이거나 언론 보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탄핵소추 대상 중 1명인 박상용 검사가 자신의 탄핵 사유 중 하나인 '대변 추태'가 허위사실이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며 발을 빼기도 했다.

민주당은 또 김영철 검사에 관해선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장시호씨와 사적 관계를 맺고,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위증을 하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장씨가 이미 사적 관계를 공개 부인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사위 조사가 시작될 경우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오히려 해당 검사들에게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실한 법사위 조사에 이어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민주당은 탄핵소추권을 남발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청문회의 경우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오랜 기간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데다 탄핵 청원에 동의한 국민이 130만 명을 넘겼다. 해병대원 특검법안 찬성 여론도 높아지는 추세라 민주당에는 유리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간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에 '국정농단' 의혹을 얹으며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윤 대통령 탄핵 청원 글에서 첫 번째 사유로 꼽은 것이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인 만큼 탄핵청문회에서 해병대원 특검의 필요성을 부각하며 찬성 여론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김 여사와 김 여사의 어머니도 증인으로 채택한 만큼 '김건희 특검' 추진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경찰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무혐의) 결정이야말로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이 작동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보고서"라며 "법사위에서 130만 명이나 되는 국민들이 요구한 국민청원을 적극 받아들여 증인을 불러 청문을 하고 조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