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역정' 한동훈 '침묵'…'중재자' 김여사 문자 '막전막후'

김 여사, 1월 15일부터 열흘간 5차례 韓에게 연락…절실한 요청 문자로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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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올해 초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5통이 공개됐다. 김 여사는 문자에서 "대통령과 불편하셨던 것 같다" "비대위에서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밝히며 대통령과의 중재에 나서는 한편, 명품백 논란에 대한 사과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 여권을 뒤흔든 '명품백 사과' 논쟁이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며 그 내막에 정치권이 집중하고 있다. 5통의 문자와 10일 간 긴박했던 상황속에 총선 참패 책임론과 윤-한 충돌이 다시 여권을 흔들고 있다.

◇韓, 김건희 특검법에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파장

한 후보가 김 여사 특검법에 입장을 처음 낸 건 지난해 12월 19일 국회를 찾으면서다.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후보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한 후보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총선용 악법"이라면서도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한 후보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독소조항이 수정된다면 특검법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총선 후 특검' 전망도 제기됐다.

해당 발언이 보도된 직후 대통령실은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1월 5일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쌍특검법안'(대장동·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후에도 한동훈 비대위는 김경률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김건희 리스크'를 계속해서 언급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총선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용산발 악재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15일 "제 특검 문자로 대통령과 불편했을 텐데 대신 사과"

"요새 너무도 고생 많으십니다.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너무나 오랜 시간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부탁드립니다 ㅠㅠㅠ 다 제가 부족하고 끝없이 모자라 그런 것이니 한 번만 양해해 주세요. 괜히 작은 것으로 오해가 되어 큰일 하시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불편할 만한 사안으로 이어질까 너무 조바심이 납니다.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습니다. 한번만 브이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지요. 내심 전화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꼭 좀 양해 부탁드려요."

"제가 죄송합니다. 모든 게 제 탓입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김 여사는 1월 15일 첫 문자를 보냈다.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대신 사과드린다"는 대목에서 대통령과 그간의 특검법 관련 메시지를 두고 이미 둘 사이 직접적인 갈등이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다만 "괜히 작은 것으로 오해가 되어 큰일 하시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불편할 만한 사안으로 이어질까 너무 조바심이 납니다.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습니다"는 부분은 '명품백 논란을 사과한다'는 의미인지,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해 사과한다'는 것인지는 해석이 갈린다. 김 여사는 대통령과의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김 여사의 첫 연락 이후에도 비대위는 '김건희 리스크' 언급을 이어갔다. 김경률 비대위원이 17일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교하며 논란이 촉발되기도 했다.

한 후보도 18일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비대위원장으로서 첫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다.

◇19일 "비대위에서 사과 결정하면 따를 것"…이틀 후 대통령실 韓에 "사퇴 요구"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충분히 죄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대선 정국에서 허위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프로 빠졌고 지금껏 제가 서울대 석사가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을 나온 거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걸 위원장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19일 문자에서 김건희 여사는 명품백 사과 의사를 한 후보에게 직접적으로 표했다. 특히 김경률 비대위원의 발언을 의식한 듯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고 했다.

다만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뿐입니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표현에서 "사과 의지가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김 여사의 연락에도 한동훈 비대위의 입장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자, 대통령실은 21일 한 후보에게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의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대응에 섭섭함을 표하며 사퇴해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는 이에 대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는 짧은 입장만 냈다. 김경률 비대위원은 대통령실의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에도 "계속 같은 생각이다. 전 변한 것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23일 "김경률 발언 가슴 아팠지만 이해"…尹·韓 서천 화재 현장서 극적 조우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습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제가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김경률 회계사님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너무도 잘못을 한 사건입니다. 저로 인해 여태껏 고통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노고를 해치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가지로 사과드립니다"

이번 문자에선 '댓글팀'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며 극구 부인했다.

특히 김경률 비대위원의 17일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을 두고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습니다"고 말했다. 한 후보가 지난 18일 "국민의힘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말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며 명품백 의혹 사과 의지를 전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사과'라는 표현에서 "사과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라는 해석도 있다.

23일 윤 대통령과 한 후보는 서천 화재 현장에서 '사퇴 논란' 이후 첫 만남을 갖는다. 특히 두 사람이 대통령 전용 열차에 같이 오르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봉합 수순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24일 한 후보는 '김건희 리스크'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려온 것에 대해서 제가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25일 尹·韓 마지막 중재 시도…이후 '김건희 리스크' 언급 줄인 韓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맘 상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큰 맘 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마지막 문자에서 김 여사는 "만나서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며 윤 대통령과 한 후보 사이를 중재를 재차 시도했다. 그러면서 "다 저의 잘못"이라고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날부터 한 후보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톤 조절에 들어갔다. 기자들과 만나선 "제가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던가"라며 사과 요구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이 직접 명품백 논란에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9일엔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대통령실에서 오찬을 가졌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갈등 봉합'으로 해석했다. 이들은 당시 2시간37분 동안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김건희 여사가 제안한 '오해를 푸는 자리'가 됐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후에도 한 후보는 별도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전당대회에 공식 출마할 때도 해병대원 특검법은 제3자 추천을 전제로 발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반대 의사를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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